美 슈퍼코어 CPI는 더 올랐다…금리 인하 기대 6월→9월로 연기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4.04.1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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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 연간 상승률 추이/그래픽=윤선정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 연간 상승률 추이/그래픽=윤선정


미국의 지난 3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지난 1, 2월에 이어 또 다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미국 증시를 뒤흔들었다.

더 큰 문제는 핵심 항목만 추린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 뜨거운 물가 상승세가 좀더 근원적이고 추세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지난 3월 CPI가 전월비 0.4%, 전년비 3.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인 전월비 0.3%, 전년비 3.4%의 상승률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 2월 CPI 상승률은 전월비 0.4%, 전년비 3.2%였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비 0.4%, 전년비 3.8% 올라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인 전월비 0.3%, 전년비 3.7%의 상승률을 모두 뛰어넘었다. 지난 2월 근원 CPI 상승률은 전월비 0.4%, 전년비 3.8%였다.

여기에 근원 CPI에서 임대료 등 주거비까지 제외한 슈퍼코어 CPI는 더 가파르게 올라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를 더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 위원들은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근원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파악하는데는 슈퍼코어 CPI가 좀더 유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지난 3월 슈퍼코어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8% 올라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R. J. 오브라이언 & 어소시에이츠의 글로벌 시장 인사이트 담당 이사인 톰 피츠패트릭은 올들어 지난 3개월간의 슈퍼코어 CPI를 연율로 계산하면 8%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산탄데르 미국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스탠리는 "결국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핵심 서비스 물가가 냉각되지 않으면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2%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며 "현재 우리는 핵심 서비스 물가가 식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첫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기대감은 오는 6월에서 9월로 미뤄졌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오는 6월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은 이전 48% 수준에서 15.7%로 낮아졌다. 반면 6월에도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은 이전 50% 수준에서 83.6%로 높아졌다.

오는 7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38.6%로 금리 동결 전망 54.8%보다 낮았다. 오는 9월이 돼서야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45.4%로 금리 동결 전망 32.3%를 앞섰다.

이에 따라 올해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전망도 이전 2~3번에서 1~2번으로 줄었다. 연준이 올해 금리를 2번 인하할 것이란 전망과 1번 인하할 것이란 전망은 각각 33.8%와 33.6%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R. J. 오브라이언 & 어소시에이츠의 피츠패트릭은 연준의 고민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수요 주도로 이뤄지는 한편 2021년과 2022년에 소비자들의 재량 지출을 늘렸던 견고한 경기 부양책에도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인플레이션 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서비스 물가 중 가장 고질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항목이 자동차 보험과 주택 보험, 재산세 등의 필수 항목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제는 이들이 재량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아니라 바위와 돌처럼 단단하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현재 인플레이션은 세율 상승과 비슷해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인플레이션이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피츠패트릭은 더 걱정스러운 것은 가계 저축률이 낮아지고 대출 비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연준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경제의 무엇인가가 깨질 때까지" 제약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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