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 연간 상승률 추이/그래픽=윤선정
더 큰 문제는 핵심 항목만 추린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 뜨거운 물가 상승세가 좀더 근원적이고 추세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지난 3월 CPI가 전월비 0.4%, 전년비 3.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인 전월비 0.3%, 전년비 3.4%의 상승률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 2월 CPI 상승률은 전월비 0.4%, 전년비 3.2%였다.
여기에 근원 CPI에서 임대료 등 주거비까지 제외한 슈퍼코어 CPI는 더 가파르게 올라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를 더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 위원들은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근원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파악하는데는 슈퍼코어 CPI가 좀더 유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R. J. 오브라이언 & 어소시에이츠의 글로벌 시장 인사이트 담당 이사인 톰 피츠패트릭은 올들어 지난 3개월간의 슈퍼코어 CPI를 연율로 계산하면 8%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산탄데르 미국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스탠리는 "결국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핵심 서비스 물가가 냉각되지 않으면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2%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며 "현재 우리는 핵심 서비스 물가가 식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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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첫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기대감은 오는 6월에서 9월로 미뤄졌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오는 6월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은 이전 48% 수준에서 15.7%로 낮아졌다. 반면 6월에도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은 이전 50% 수준에서 83.6%로 높아졌다.
오는 7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38.6%로 금리 동결 전망 54.8%보다 낮았다. 오는 9월이 돼서야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45.4%로 금리 동결 전망 32.3%를 앞섰다.
이에 따라 올해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전망도 이전 2~3번에서 1~2번으로 줄었다. 연준이 올해 금리를 2번 인하할 것이란 전망과 1번 인하할 것이란 전망은 각각 33.8%와 33.6%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R. J. 오브라이언 & 어소시에이츠의 피츠패트릭은 연준의 고민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수요 주도로 이뤄지는 한편 2021년과 2022년에 소비자들의 재량 지출을 늘렸던 견고한 경기 부양책에도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인플레이션 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서비스 물가 중 가장 고질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항목이 자동차 보험과 주택 보험, 재산세 등의 필수 항목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제는 이들이 재량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아니라 바위와 돌처럼 단단하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현재 인플레이션은 세율 상승과 비슷해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인플레이션이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피츠패트릭은 더 걱정스러운 것은 가계 저축률이 낮아지고 대출 비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연준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경제의 무엇인가가 깨질 때까지" 제약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