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코뿔소'는 안보인 공약…구조개혁의 시간 다가온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박광범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세종=최민경 기자 2024.04.1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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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포스트 총선 ②

편집자주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다. 수많은 정책공약이 나왔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은 부족했다. 진영논리와 정치공학 속에서 외면했던 총선 이후 과제들을 살펴봤다.

'회색 코뿔소'는 안보인 공약…구조개혁의 시간 다가온다


연금개혁은 대표적인 '회색 코뿔소' 과제로 꼽힌다. 덩치 큰 회색 코뿔소가 눈앞까지 다가오고 있지만, 위험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써 외면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연금개혁은 국민적 호응을 얻기 힘든 과제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한 표가 아쉬운' 여야는 연금개혁 과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연금개혁 등 주요 구조개혁은 시기를 놓칠 경우 미래세대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연금개혁이 1년 지연될 때 수십조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 교육개혁과 노동개혁 등 산적한 과제가 많다. 윤석열 정부는 이들 구조개혁 과제를 앞세웠지만 총선 기간에 사실상 잊혀진 과제로 전락했다.



인구감소로 잠재성장률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총선 이후 구조개혁을 위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문가들의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구조개혁의 전제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라는 점에서 그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은 "연금개혁 경우 이대로 가면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손을 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이 필요하다"며 "노동개혁은 우리 기업 활동에 발목을 잡는 것뿐 아니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어려움이 파생되고 결국 경제의 활력을 낮춘다는 걸 적극적으로 설명해서 공감대를 넓혀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금개혁만 하더라도 최근 십수년 간 갈등의 시간만 보냈다. 연금개혁의 핵심은 보험료율 인상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정해진 이후 한번도 조정하지 못했다. 국민적 반감이 큰 탓이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연금개혁 정부안을 마련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사이 갈등만 커졌다. 소극적인 정부안도 많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현행제도를 유지하거나 '더 내고 더 받는' 구조의 연금개혁 정부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총 4개의 선택지를 국회에 제출해 무책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10월 연금개혁 정부안을 냈지만 연금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보험료율 조정 등 모수개혁안을 담지 않았다. 총선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부정하기 힘들다.

교육개혁은 늘봄학교 등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체계를 일원화하는 유보통합도 체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대학개혁은 '글로컬대학' 외에는 장기적 호흡에서 내세울 만한 정책을 찾기 쉽지 않다. 노동개혁 역시 성과로 내세울 만한 정책과제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외에도 구조적 문제가 산적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만나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 인구 위기가 현실화되며 잠재성장률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도 구조적 문제로 △노동 공급 감소 △글로벌 선도기업 부족 △통상환경 변화 및 중국 특수 소멸 △지방 인구 유출 등을 제시했다.

이억원 전 기재부 1차관은 "대외적으로 보면 통상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공급망이나 기술 패권 시대에서 입장을 잘 취해 우리의 이익을 잘 만들어내야 한다"며 "사회 안전판과 잠재성장 등 두가지를 역동성이 잘 연결시켜 준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바와 맞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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