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캐나다·독일·영국 등 세계 주요 선진국으로 망명을 신청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철조망을 건너다 손에 상처를 입은 한 불법 이민자 /로이터=뉴스1
미국 망명 신청건수, 10년새 12배 급증
미국의 망명 신청 건수는 2013년 7만6000건에서 2013년 92만건으로 10년 새 12배 이상 급증했다. 사진은 미국 국경에서 망명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AFPBBNews=뉴스1
특히 미국과 멕시코 사이 주요 국경 구간에는 이중 삼중의 높은 철조망 장벽이 세워져 있지만 목숨까지 내 건 '아메리칸 드림'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엔 중남미 불법 이민자들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아시아·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 사람들까지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 올 들어서는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이민자 수가 하루 1만명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대 수준이다.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가려고 철조망을 뚫고 국경 장벽으로 돌진했다. 영상 출처=뉴욕포스트
멕시코에서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로 넘어가는 불법 이민자 가족/로이터=뉴스1
유엔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전 세계 망명 신청 건수는 260만건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30% 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재집권, 시리아 내전, 베네수엘라·쿠바·니카라과 등 권위주의적 통치 등이 이민자와 망명 신청을 늘린 주요인으로 꼽힌다. 국가와 국가 간 이동이 쉬워진 데다 소셜미디어(SNS) 등에 망명 과정과 방법 등이 상세하게 공유되고 있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WSJ는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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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은 정치·종교적 박해, 전쟁·재난 등으로 난민이 된 사람들을 보호하는 제도지만 최근엔 빈곤 탈출, 양질의 노동 기회 등 경제적인 이유로 자발적 이민을 선택한 사람들의 입국 수단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렉산더 다우너 전 호주 외무장관은 "망명 제도는 당초 취지를 잃고 퇴색된 지 오래됐다"며 "최근엔 불법 이민의 통로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망명 신청자 급증한 미국, 최종 심사까지 4년
미국으로 불법 입국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시애틀의 한 테니스장에서 야영을 하며 행정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뉴스1
최근엔 망명 신청이 폭증해 현장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법원 결정 등 망명 절차 종결까지 평균 4년이 소요된다고 WSJ는 전했다. 망명 의사를 밝혀 입국한 뒤 법정 출두 등 심사 과정을 진행하지 않고 도주하는 불법 체류자들이 급증하는 것도 이민 당국의 골칫거리다.
이 때문에 불법 이민자들의 망명 심사를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이탈리아는 불법 이민자를 망명 신청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용하기 위한 이주민 센터를 알바니아에 건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영국과 덴마크, 독일도 망명 신청자들을 제3국으로 영구적으로 보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호주는 지난 2013년 보트를 타고 온 이민자들이 바다에서 사망하는 사건을 겪은 뒤 자국 영토에서의 망명 신청을 중단, 해외에서 망명 신청을 한 뒤 항공편으로 들어오는 사람들만 수용하고 있다.
11월 미 대선 최대 쟁점 떠오른 불법 이민
미국 테네시주 반 이민법에 반대하는 시위대들/로이터=뉴스1
원래 불법 이민에 강경한 입장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국경을 더 높이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불법 이민이 급증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공격을 받고 있어 국경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WSJ는 불법 이민 문제가 경제 이슈를 제치고 오는 11월 대선의 최우선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 WSJ가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선 경제 문제를 가장 큰 이슈로 꼽은 유권자들이 많았지만, 2월엔 이민 문제가 중요하다고 답한 유권자들이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