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단속' 나선 의협 "비대위 현 체제 유지, 증원 숫자 논의·발표 안 한다"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4.0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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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의협 비대위 9일 정례 브리핑
의협 내부 갈등 등 입장 표명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가 최근 회장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정해진 시기보다 앞서 비대위원장을 수행하도록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 당선인을 직접 비판하고 나섰다. 또 이번 주 예고한 의대생·전공의 등과 합동 기자회견의 연기 사실을 알렸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9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비대위는 정부의 독단적 정책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회원들의 총의를 받들어 의협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라며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아 의료계 구심점 역할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의협 회장 선거를 마치면서 대내·외적으로 비대위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비대위는 위원장이나 특정인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 안건이 상정되고 이에 대한 비대위원 전체의 뜻을 물어 결정된 사안을 반영하는 기구로 비대위의 결정은 곧 모든 의사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사진=[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사진=[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이는 최근 회장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정해진 시기보다 앞서 비대위원장을 수행하도록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 당선인을 직접 비판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비대위 구성과 해산은 운영 규정상 대의원회의 권한이다. 이런 규정을 벗어난 주장을 하는 것은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책처럼 절차를 벗어난 무리한 주장"이라며 "(임현택) 당선인은 현재 비대위원으로 비대위 회의 석상에서 (조기 인계 등을) 발언하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으나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에 주어진 활동 기간은 4월 30일까지로 길지 않은 시간이 남아있다. 주어진 시간까지 전 회원의 뜻을 받들어 비대위원장의 소명을 다할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의대생, 전공의, 비대위, 차기 집행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에 충실해야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작은 말 한마디가 의사 사회를 분열시키고 공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사퇴 요구를 거절하는 동시에 의료계의 단합을 촉구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제7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제7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이날 브리핑에서 의협 비대위는 이틀 전 7차 총회에서 결정한 합동 기자회견의 일정을 이번 주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 조절의 '전제 조건'으로 의료계 통일안 제시를 꼽으면서 의협 비대위는 의대생, 전공의, 의대 교수 등과 함께 총선 직후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된 의료계 모습을 대외적으로 공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공의 대표로 총회에 참석까지 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선생님,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 선생님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기자회견) 진행을 합의한 적 없다"고 반박하는 등 혼란이 일었다.

김성근 홍보위원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박 비대위원장이 전대협의 입장을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고 그 과정이 아직 조율이 덜 된 것 같다"며 "가능하면 (의대생, 전공의 등) 모든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서 여러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 이번 주는 시기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의대생과 소통하고 있고 의대 교수들과는 합동 기자회견에 관한 협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합동 기자회견에서 의료계 통일안을 제시할 계획이었느냐는 질문에는 "의료계 통일안은 '원점 재검토'다. 숫자(증원 규모)를 협상 과정에 정부가 제안할 수 있지만 그 숫자가 정말로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건지 반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의사단체가) 숫자를 가지고 논의하거나 발표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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