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팀장은 50만원, 110만원을 각각 선입금해서 물품을 구매하면 수익금 14%, 13%를 합쳐 되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사진=독자제공
지난달 김모씨 인스타그램에서 모르는 남성 A씨에게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관심이 있으니 앞으로 자주 연락하자는 내용이었다. 두 사람은 채팅과 전화를 하며 친분을 쌓았다. 전화상으로 들리는 A씨 목소리는 평범했다. 그는 해외를 오가며 바쁘게 사업을 한다고 했다.
열흘 뒤, 김씨는 A씨로부터 1300만원 가량을 잃었다. 상대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돈을 요구하는 일명 '로맨스 스캠'이었다. A씨는 김씨에게 직접적으로 돈을 요구하기보다 자신의 업무를 도와달라며 접근한 뒤 수천만원을 가로챘다.
A씨가 운영하는 쇼핑몰에 가입하면 오른쪽 상단에 포인트 내역이 자동으로 나온다. /사진=독자제공
김씨는 "애초에 돈 벌자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며 "그냥 도와달라고 하니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간단한 업무고 사실상 내 돈이 들어가는게 아니니까 그냥 해줬다"고 했다.
업무를 완료하자 팀장은 홈페이지에 김씨 계좌번호를 적어주면 수익금 5만원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당시 김씨와 연락을 주고 받던 A씨 역시 "맛있는 음식이라도 사먹으라"며 수익금을 받도록 유도했다. 그렇게 김씨 통장에는 수익금 5만원이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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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금 맛보기 끝나자… "본격적으로 팀 구매 진행합시다"
김씨가 물품 대금으로 손해를 본 금액은 수익금을 제외하고 1304만원 가량이다. /사진=독자제공
실장은 지금부터는 팀 구매가 진행된다고 했다. 단톡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 물품 구매를 완료해야 다음 주문 건을 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원금은 팀 구매가 모두 끝난 뒤 전체적으로 반환해준다고 했다. 중간에는 건당 수익금만 선지급한다고도 했다.
첫 물품 대금은 50만6000원이었다. 김씨는 고민에 빠졌다. 이전까지는 포인트 내역으로 지급하면 됐지만 지금부터는 김씨 개인 돈으로 선지불해야 했다. 김씨는 반신반의 심정으로 A씨에게 연락했다. A씨는 "수익이 있으니까 괜찮지 않느냐"며 입금을 유도했다.
50만원을 입금하자 실장은 더 큰 금액을 요구했다. 83만원, 110만원, 189만원, 207만원, 240만원, 443만원, 115만원. 김씨는 6만~10만원씩 수익금을 받긴 했지만 원금은 모든 팀 구매가 끝나기 전까지 돌려 받을 수 없었다. 김씨는 "중간에 포기하면 원금을 다 잃는 것 아니냐"며 "중간에 멈출 수가 없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익금을 제외하고 총 1304만원 피해를 봤다. 홈페이지 포인트 내역에 1514만원이 있어 출금 신청을 했지만 연락은 없었다. 실장은 오히려 소득세 15%를 추가로 입금하면 돌려주겠다고 했다. 현재 A씨와 실장 모두 연락이 안되는 상황이다.
전남 광양경찰서는 김씨로부터 진정서를 접수하고 사건을 수사 중이다. 현재 김씨가 돈을 입금하고 수익금을 받은 대포통장 계좌주는 특정이 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주가 통장을 도용했는지, 고의성을 가졌는지 등은 수사 중"이라며 "대가를 받고 통장을 넘겼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팀구매가 완료된 뒤 쇼핑몰 팀장은 원금을 30분 내로 정산하겠다고 했지만 김씨는 돌려받지 못했다. /사진=독자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