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이용자 1330만' 입김 세진 알리·테무…택배업계 '눈치전쟁'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24.04.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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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C-커머스발 택배전쟁①

편집자주 [편집자주] 알리, 테무 등 중국발 e커머스가 경쟁입찰을 통해 물류업체를 선정하기로 하면서 국내 택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누가 이들과 손을 잡는지에 따라 택배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중국발 e커머스가 촉발한 택배 전쟁이 가져올 영향을 짚어본다.

급성장한 알리, CJ대한통운도 '웃음꽃'/그래픽=윤선정급성장한 알리, CJ대한통운도 '웃음꽃'/그래픽=윤선정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인기를 톡톡히 누린 곳이 있다. 택배업체다. 그동안 알리익스프레스의 배송은 CJ대한통운이, 테무는 한진이 도맡아왔다. 그러나 알리와 테무가 각각 5월과 6월부터 배송을 담당할 업체를 기존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바꾸기로 하면서 업체 간 눈치작전이 시작됐다. 알리와 테무의 성장세가 큰 만큼 이들의 배송 물량을 얼마만큼 확보하느냐에 따라 시장 지형이 달라질 수 있어 '전운'마저 감돌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한국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물류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 협업했다. 대규모 마케팅 등을 통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3월 154만명이었던 알리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3년 만인 지난달 694만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쿠팡(3039만명)과 11번가(752만)에 이은 국내 3위 e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7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테무의 기세도 무섭다. 8개월 만에 MAU 636만명을 기록하며 4위에 오르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덩달아 알리와 테무가 국내 택배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차 커졌다. CJ대한통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한 4802억원을 나타냈다. 특히 택배·e커머스 부문에서 영업이익 2461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37% 가량 수익성이 개선됐다. 지난해 매출의 32%, 영업이익의 52%가 택배와 e커머스 부문에서 나왔다. 지난해 4분기 직구발 택배 물량도 2670만 상자로 전년 대비 약 112% 증가했다. 한진 역시 테무의 직구 물량을 맡은 이후인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75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19.6%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각각 7만9000원, 1만8000원대였던 CJ대한통운과 한진의 주가도 알리·테무와의 협업으로 인한 기대감에 지난 2월 14만8000원, 2만7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중국발 e커머스 업체들이 올해부터 배송 업체 선정방식을 경쟁입찰로 바꾼 것은 이렇게 커진 입지를 바탕으로 배송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CJ대한통운과 한진이 알리와 테무 배송 물량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 된 만큼 일정 정도 가격을 인하할 수 밖에 없다.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통관 업무가 가능한 택배사들은 알리와 테무의 물량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택배 3사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입찰 결과에 따라 택배업계의 구도는 상당 부분 바뀔 수 있다. 알리·테무의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운송해야 하는 물량이 꾸준히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물량을 가져가는 쪽과 물량을 뺏긴 쪽의 점유율 격차는 그만큼 커진다. 현재 국내에서는 CJ대한통운이 택배물량의 40% 이상을 배송하고 있다. 이 물량이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로 가면 점유율이 출렁일 수 밖에 없다.

다만 중국산 품질 문제 등 이슈로 알리,테무 등의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상존한다. 알리·테무가 전체 택배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일회성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경쟁입찰이 결정됐기 때문에 국내 택배 업체들이 입찰을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중국발 e커머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커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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