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과학장학금 누가받았나…"초고스펙자…지원 엄두도 못 내"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2024.04.0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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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대전 유성구 ICC호텔에서 '대한민국을 혁신하는 과학의 수도, 대전'를 주제로 열린 열두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가연구개발에 참여하는 이공계 석·박사들이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매달 각각 80만원과 11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대통령과학장학생 선발도 대학원생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뉴스1  사진/=김기태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대전 유성구 ICC호텔에서 '대한민국을 혁신하는 과학의 수도, 대전'를 주제로 열린 열두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가연구개발에 참여하는 이공계 석·박사들이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매달 각각 80만원과 11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대통령과학장학생 선발도 대학원생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뉴스1 사진/=김기태 기자


정부가 올해 기존 학부생에서 대학원생까지 수혜 대상을 확대한 2024년 '대통령 과학장학금'의 합격자를 공개했다. 2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합격자들은 주요 논문에 주저자로 참여한 경력은 기본, 각종 특허·기술 이전 성과까지 보유했다. 일각에선 이처럼 '고스펙자'가 아니고서야 뽑힐 수 없는 확률이라며, "과학기술 연구의 분야별 양극화가 심화한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 표창' 격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 7일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대학원 대통령과학장학생 120명을 최종 선발했다. 지원자는 총 2980명이었다. 합격자 120명은 석사과정생 50명, 박사과정생 70명으로 구성돼, 각각 매월 150만원(연 1800만원), 200만원(연 2400만원)을 받는다.



앞서 2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혁신하는 과학 수도 대전'을 주제로 대전에서 열린 두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이공계 학생들이 학비나 생활비 걱정을 덜고 학업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펼칠 것"이라며 "학부생만을 대상으로 선발하던 대통령 과학 장학생을 대학원생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선발 결과 △자연과학(수학·물리학·지구과학·화학) 분야에서 총 19명(석사 9명·박사 10명) △생명과학(기초생명·분자생명·기반생명) 24명(석사 8명·박사 16명) △공학(기계·건설교통·소재·화학공학) 30명(석사 13명·박사 17명) △ICT·융합연구(전기전자·통신·컴퓨터소프트웨어·바이오의료 융합·에너지환경 융복합·다학제 융복합) 47명(석사 20명·박사 27명) 등 총 120명이 대통령장학금 수혜자가 됐다. 비율로 따지면 총 120명 중 공학·ICT 융합연구 분야 지원자가 전체 장학금의 60% 이상을 가져갔다. 기초과학(생명과학 포함) 분야는 35%에 그쳤다.



올해 과학기술 R&D(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던 가운데 발표된 첫 지원책인 만큼 이공계생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국내 이공계 석박사 커뮤니티인 '김박사넷'에는 발표 이전인 지난 주말부터 "대장금(대통령과학장학금의 줄임말) 최종 결과 나왔냐"는 문의 글이 올라왔고, 8일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한 합격자 발표 직후엔 합격 '인증글'이 쏟아졌다. 합격자의 '스펙'을 묻는 댓글도 이어졌다.

8일 발표 직후 국내 대학원생 커뮤니티에 '대장금(대통령 과학장학금)' 합격 '인증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진=김박사넷 갈무리8일 발표 직후 국내 대학원생 커뮤니티에 '대장금(대통령 과학장학금)' 합격 '인증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진=김박사넷 갈무리
ICT·융합 분야에 지원해 합격한 한 박사과정 재학생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주저자로 참여한 논문 3개,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7개"라며 "국제·국내 특허 10건에 기술이전 10억 이상 규모를 보유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합격자는 자신을 KAIST 석사과정생으로 소개하며 "저널 인용 보고서(JCR) 5% 이내 드는 학술지에 1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2편, 학부 성적도 좋다"며 소위 '스펙'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이번 대통령 장학금에 합격했다는 또다른 박사과정생 역시 "학부는 서울대를 졸업해 대학원은 KAIST에 재학 중"이라며 "주저자로 발표한 논문 1편을 비롯해 공동 저자로 발표한 논문이 몇 편 더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장학금은) 결국 '대통령 표창'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4대 과기원 중 한 곳에서 공학 석·박사 과정을 밟은 한 연구원은 머니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전략 연구 분야에는 연구비가 쌓이고, 전략 연구 분야가 아닌 분야는 계속 소외되는 식의 '연구 양극화'가 더 심화한 상황에서 '고스펙' 위주로 뽑는 대통령 장학금"이라며 "(논문·특허 등) 그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학과가 얼마나 있겠나"고 되물었다.

이어 "전국 석박사생이 약 33만명쯤 되는데, 그중에서 120명만을 추려서 선발한 것"이라며 "과연 이 정책을 이공계생을 위한 혜택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 연구실에선 어차피 고스펙자' 아니면 안 뽑힐 테니 시간 낭비 말고 지원 자체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대다수였다"고 밝혔다. 서울대·KAIST 등 소위 '상급 대학'의 '유망 학과'가 아니면 뽑힐 확률이 낮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은 이에 대해 "서류가 아닌 면접 중심으로 합격자를 선발했다"며 "지원자의 상당수가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면접 전형의 심사위원들이 지원자의 태도나 연구에 대한 열정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학과 ICT·융복합 분야에 60% 이상의 합격자가 몰린 이유에 대해선 "분야별 응모 수 대비 선정률을 맞춘 것"이라며 "처음부터 분야별 합격자 비율을 정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대통령 과학장학금과 함께 석박사생들에게 일종의 '기본소득' 개념으로 월마다 생활비를 지원하는 '이공계 대학원생 연구생활장학금(한국형 스타이펜드)' 제도도 올해 도입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연구제도혁신과는 이에 대해 "현재 세부 계획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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