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그러나 최근 소시민이 겪는 삶의 비애를 느꼈다. 대파 1단이 5000원 하는 고물가를 원망하면서 몇 차례 대파를 사지 못했다. 2500원대로 떨어지지 않는 대파가격에 분노했다. 그래서 때마침 "대파가격이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발언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 '대파 챌린지'에 공감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정말 대파 1단의 가격을 875원으로 알았을까. 지난 3월18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했을 때 현장대화를 확인해 보면 농산물 할인행사에 가서 할인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말한 윤 대통령도 해당 대파가격이 특별히 싼 가격임을 인지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양문석 후보는 2020년 서울 잠원동 아파트를 31억원에 매입하면서 11억원의 편법대출을 받았다. 15억원이 넘는 주택엔 대출이 금지되자 사업자금이란 거짓 명목으로 대출을 받았다. 그럼에도 양 후보는 "사기대출이라면 피해자가 있어야 한다. 나의 대출로 피해자가 생겼느냐"고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하지만 2030세대와 중도층은 '부모찬스'로 대학생이 11억원의 대출을 받아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현실에 큰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라고 시작하는 김수영의 시가 있다. 이 시는 수억 원의 집값폭등과 같은 부정의와 불공정에 크게 분노하기보다 2500원 오른 대파가격을 따지는 소시민의 옹졸한 분노에 경각심을 준다. 선거철이면 '정치를 외면한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는 플라톤의 격언이 회자된다. 결국 화가 난 유권자들이 나무가 아닌 숲을 보면서 저질스러운 정치꾼을 몰아내는 투표를 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