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선 때보단 뽑기 쉽네요"...신촌에 한동훈 뜨자 우르르

머니투데이 오석진 기자, 박상곤 기자 2024.04.0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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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 서대문구 (구)신촌동주민센터 사전투표 현장

5일 오전 8시쯤 경의중앙선 신촌역 옆 (구)신촌동주민센터에 위치한 사전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들/사진=오석진 기자5일 오전 8시쯤 경의중앙선 신촌역 옆 (구)신촌동주민센터에 위치한 사전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들/사진=오석진 기자


"본투표날(4월10일) 따로 일정은 없어도 혹시 못하게 될수도 있을까봐 빨리 왔죠."

5일 오전 7시50분쯤 22대 총선 사전투표소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구 (구)신촌동주민센터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한 20대 여성은 사전투표 첫 날 아침 투표소를 찾은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오전 8시가 채 되기 전부터 투표하러 온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 투표소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오르자 선거사무원이 투표소 입구 양옆에 서있었다. 이들은 들어서는 유권자들에게 "동네가 어디세요" "어느지역에서 오셨어요"를 묻고 관외 투표는 보라색 화살표를 따라 좌측으로, 관내 투표는 초록색 화살표를 따라 우측으로 안내했다.



기표소 부스 옆에 앉아있는 선거사무원들이 유권자들의 신분증을 받아 기계에 스캔하자 지역구 국회의원 용지가 인쇄돼 나왔다. 유권자들은 지역구 의원 투표용지와 사전투표용 갈색 봉투, 길다란 비례대표용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투표소에서 동네 주민들끼리 만나 서로 반가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50대 여성은 "뭐야 아침 일찍 왔네"라며 "다 여기서 찍네"라며 오르막길을 오른 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지인을 반겼다. 반려견을 데려온 유권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투표소 내부는 애완동물 출입이 불가하다고 안내받자 바깥의 선거사무원들에게 자신의 반려견을 잠시 맡기고 투표를 하러가기도 했다.



5일 오전 8시30분쯤 반려견을 동반한 유권자가 투표소 내부에 반려견 출입이 불가하다고 안내받자 선거사무원에게 반려견을 맡기고 투표하러 들어가고 있다/사진=오석진 기자5일 오전 8시30분쯤 반려견을 동반한 유권자가 투표소 내부에 반려견 출입이 불가하다고 안내받자 선거사무원에게 반려견을 맡기고 투표하러 들어가고 있다/사진=오석진 기자
거동이 불편하지만 투표권 행사를 위해 사전투표를 찾은 노인도 있었다. 오르막길 끝 투표장 입구에는 주차금지 팻말을 붙여 차량 통행이 제한되지만 거동이 어려운 유권자가 차를 타고 입구까지 오자 선거사무원들은 주차금지 팻말을 잠시 치우기도 했다. 비밀 투표를 위해 옆에서 부축하던 사람도 투표하러 기표 부스에 들어가는 순간엔 부축하지 못하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봤다.

오전 8시쯤 투표소를 나오던 20대 여성 A씨는 경기 북부에 살지만 지금은 근처 학교의 기숙사에 있어 5일 신촌의 사전투표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여성 인권을 위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했다"며 "본투표날 따로 일정은 없어도 혹시 못하게 될 수 있으니 그냥 빨리 왔다"고 했다.

강아지와 함께 온 50대 후반 남성 B씨는 "본투표날 특별한 일정은 없다"면서도 "그래도 아침 일찍 나온 이유 아무리 바빠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는 꼭 해야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는 "투표소 안에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밖에서 선거사무원들이 반려견을 맡아줘 편한 마음으로 투표했다"고도 덧붙였다.


40대 중반의 환경미화원 C씨도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우린 4시에 일어나서 4시30분부터 쭉 (일을) 돈다"며 "일이 바쁘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한다고 생각해 빠르게 왔다"고 했다.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신촌의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한 위원장은 투표 이후 신촌역 앞으로 이동해 이 곳에서 투표한 이유에 대해 "나라의 미래는 청년에 있고 청년이 잘 사는 정치를 하는게 핵심"이라며 "과거와 달리 신촌 소상공인 분들의 삶도 어려워졌고 자영업자 육아휴직이나 영업정지 유예제도 등 의미있는 약속을 드리기도 했다. 국민께 선택을 구하기 위해 신촌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찾은 투표소 현장은 취재진과 시민들로 잠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으며 일부 시민들은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기도 했다.

5일 오후 12시30분 유권자들이 몰려 투표소 바깥까지도 줄이 생겼다. 신촌 지역 특성상 줄 서있는 사람 중 대부분이 20대 청년이었다.5일 오후 12시30분 유권자들이 몰려 투표소 바깥까지도 줄이 생겼다. 신촌 지역 특성상 줄 서있는 사람 중 대부분이 20대 청년이었다.
오후 12시30분이 되자 투표장에 본격적으로 유권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한산했던 아침과 달리 투표소 바깥 20~30m까지도 줄이 이어져 비탈길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생겼다. 원래 입구에서 유권자들을 안내하던 선거사무원들도 투표소를 둘러싼 울타리를 넘어 비탈길에서 대기했다.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관내·관외 투표자들이 섞이는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사무원들은 투표장 바깥 오르막길 바닥에 흰 테이프를 붙이며 줄 구분선을 만들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한 유권자는 나오면서 "내 앞에서 잉크 카트리지가 멈췄다니까"고도 했다.

대학이 많이 위치한 신촌 지역 특성상 친구들과 함께 온 20대 청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청년들은 "투표는 했고, 수업 전에 밥 먹을 수 있을까" "첫 투표인데 어땠냐" 등의 대화를 나눴다. 비례대표가 너무 많아 신기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언덕을 올라오다 주차금지 팻말을 보고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투표소를 방문한 청년도 있었다. 한 중년은 대학생에게 엄지를 내민 손과 투표소 글자가 보이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5일 오후 12시40분쯤 유권자가 몰린 탓에 줄이 투표소 울타리를 넘어 비탈길 중간까지 생기자 선거사무원들이 바닥에 줄 구분선을 만들고 있다/사진=오석진 기자 5일 오후 12시40분쯤 유권자가 몰린 탓에 줄이 투표소 울타리를 넘어 비탈길 중간까지 생기자 선거사무원들이 바닥에 줄 구분선을 만들고 있다/사진=오석진 기자
2004년생이라고 밝힌 한 이화여대 학생 D씨는 올해가 첫 투표라고 했다. D씨는 "인생 첫 투표였는데 비례대표 후보자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부산 출신인데 주소가 아직 부산이라 관외투표를 하러 사전투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구 투표를 할 때 당과 후보자의 과거를 고려했다"고 했다.

친구끼리 투표를 하러 온 20대 남자 대학생 둘도 있었다. 이들은 각각 성남, 대전 출신이라 사전 투표날에 관외투표를 위해 투표소를 찾았다고 했다. 이들은 "공약이 사실 모두 비슷해서 뽑기가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면서도 "대선 때보다는 뽑기가 쉬웠다"고 했다. 이어 "22대 국회에선 싸움이 잦아들고 정책적인 부분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친구와 함께 온 20대 남성 E씨는 "정책 결정에 있어서 전문적인 집단에 자문을 구하거나 이전 사례를 좀 더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국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으로 보면 나한테 이득이 되는 정책을 발표한 정당을 뽑는 것이 맞지만 그들을 뽑는다고 해서 공약이 잘 이뤄질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도 덧붙였다.

친구들과 함께 온 무리도 있었다. 이들은 "20대 청년들의 투표율이 되게 낮아서 정치권에서 (청년들을) 안 본다라는 느낌이 있었고, 그래서 학생으로서 조금 관심을 가져달라는 느낌으로 하게 됐다"고 했다. 또 "비례대표가 참 많구나, 투표용지가 길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도 "그게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무리에 있던 20대 남성 F씨는"22대 국회에서는 좀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됐으면 좋겠다"며 "매번 선거를 거칠 때마다 내 주변에서 투표한다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고 느낀다"고도 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일 낮 12시 기준 전국 사전투표율이 6.5%라고 밝혔다. 직전 2020년 총선 전국 투표율보다 1.6%P(포인트) 높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는 5~6일 이틀간 진행한다. 양일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18세 이상(2006년 4월 11일 출생자 포함) 국민이라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다. 투표 시 신분증(주민등록증·여권·운전면허증 등)을 지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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