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성장기의 뇌를 어떻게 망가뜨리나 [PADO]

머니투데이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2024.04.06 06:00
글자크기

편집자주 IT 업계의 상품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논의는 여태까지는 SNS로 인한 우울증 등 정신건강적인 측면을 다루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도 많은 저작이 소개된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이번 신간에서 훨씬 본질적인 문제를 파고듭니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는 인격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인지 능력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게 '본질'이 된 IT업계 상품에 아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집중력'을 상실한 세대가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교육현장에서도 집중하는 법을 잃어버린 아이들에 대한 증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욱 역설적인 것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주의력을 빼앗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빅테크 기업 임직원들은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본문에서도 언급되는 발도르프학교 같은) IT기기 사용이 엄격히 통제되는 환경에서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십여 년 전부터 관측되던 것입니다. 사회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미래는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된 적절한 교육 환경을 통해 집중력을 온전히 유지한 '인지 엘리트'(cognitive elite)와 스스로 생각하고 집중할 능력을 잃어 인지 엘리트들에게 정치적·경제적으로 예속되는 '인지 프롤레타리아'로 양분될지도 모릅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프로 스포츠 선수 출신인 필자 에드 스미스는 뉴스테이츠맨 3월 13일자 서평에서 하이트의 핵심 주장과 자신의 관점을 간명하게 요약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성장기의 뇌를 어떻게 망가뜨리나 [PADO]


나는 최근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의 극단적인 사례를 목격했다.

런던으로 향하는 붐비는 기차에서 한 10대 후반의 청소년이 공황에 가까운 극심한 불안을 겪고 있었다. 점점 더 심해지는 동요에 시달리던 그는 (통제된 호흡 같은) 학습된 대처법을 반복하더니 결국 항상 주머니에서 물건을 미친 듯이 찾아 헤매는 것으로 끝났다.

그 물건은 바로 아이폰이었다. 이 시점에서 아이폰은 평소처럼 삑삑거리고 번쩍이며 윙윙거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터치스크린을 급하게(그러나 산만하게) 훑어보고 스크롤하며 쓸어내리는 과정이 잠시간 심리적 해방감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새로운 불안과 함께 새로운 불편함의 순환으로 이어졌다.



표면적으로 그의 아이폰은 과도한 불안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런 과도한 불안의 순환을 자극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은 치료제인 척하지만 질병에 더 가까웠다. 내가 소설가였다면 도입부로 이보다 더 적절한 장면을 찾지 못했으리라. 오늘날 우리가 사는 방식, 기술이 사람들에게 한 일, 우리의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이만한 장면이 없을 것이다.



뉴욕대학교의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사회과학자의 도구를 사용해 이 주제를 다룬다. 스마트폰 중독이 어떻게 전례 없는 정신질환 폭발을 일으켰는지, 특히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던 시기(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 10대에 접어들었던 세대에게 그 영향이 컸음을 보여준다.

하이트는 이 세대가 사실상 빅테크 기업의 잔인한 실험에 기니피그처럼 제공됐다고 주장한다. 당시 우리는 스마트폰, 특히 SNS가 10대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불안한 세대'는 고통스러운 분석과 실용적인 조언을 더해 스마트폰이 남기는 지속적인 피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이트는 최근 수십 년을 사람의 건강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습관에 대한 융단폭격이 있었던 시기였다고 묘사한다.


첫째, 우리는 실제 세계의 위험을 과대평가해 부모들이 아이들의 놀이와 독립적 행동을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제한하게 만든다. 부모들은 길거리의 현실에 대해 너무 겁에 질린 반면, 10대들이 가상세계에서 노출되는 진짜 위험에 대해서는 너무 안이했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