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팀장 B씨는 직원들이 잇따라 육아휴직을 내 막내 신입사원과 둘이 일을 하고 있다. 30대 여직원 두명이 출산·육아휴직을 떠나고 40대 남직원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육아휴직을 낸 결과다. 회사에 충원을 요구했지만 "3명은 어렵고 1명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효율적인 인력 관리와 생산성 향상 등에 초점을 맞춰온게 사실이다. 1997년 외환 위기를 시작으로 2008년 금융위기,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실물경기 위축 등 끊이지 않은 대내외 돌발 변수에 생존과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수 없었고, 이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들은 긴 호흡으로 인생을 계획할 수 여유보다는 무한 경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인구 쇼크에 놀라 정부도 저출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을 재점검하면서도 기업들의 참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57%에 달해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출산율을 높이기 어려워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합 대책에도 출산 장려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세제 혜택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평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기업 스스로의 인식 변화도 절실하다. 젊은 인구가 줄면 기업이 채용할 직원도, 물건을 팔 소비자도 함께 사라진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이 인구에 달린 셈이다. 사내 출산 장려 정책과 기업 문화 혁신은 비용이 아닌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인정하고 발상을 전환해야 할 때다.
정인지 정책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