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정원 증원 갈등으로 의료현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난달 1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휠체어에 앉은 한 노인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머니투데이DB)
5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비대면진료 확대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월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를 전면허용한 정부는 의료파업이 장기화하자 지난 3일 허용기관 범위를 보건소·보건지소까지 확대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추진하는 등 사실상 제도화 기틀을 마련 중인 가운데 의료공백 사태로 비대면진료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의료파업 장기화에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비대면진료가 부각돼서다. 22대 총선을 앞둔 여야는 선거공약으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화 추진을 약속하며 취약지역, 질환 및 진료범위, 약배송 등을 국민 불편사항으로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대면진료 범위를 의원급 의료기관, 재진환자, 거동불편 및 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제한하고 플랫폼사업자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계와 협업하는 형태의 지금 모델을 포기하긴 어렵다는 현실적 목소리도 있다. 카카오헬스케어 등 특히 대기업의 경우 데이터 구축사업 등 병원과 협력 중인 만큼 비대면진료가 확대된다 해도 의료계 입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앞서 카카오헬스케어는 비대면진료가 활성화한 미국에선 비대면진료 서비스 검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국내에선 서비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선 의사단체가 반발하는 아이템을 국내에서 서비스하기엔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며 "스타트업 중심의 비대면진료 서비스가 있는데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는 업계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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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자체가 의정갈등의 도구로 사용되면서 본질이 흐려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원격의료학회 관계자는 "비대면진료는 환자가 자신의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관리하는 역할이 더 많은데 현재 의정갈등 국면에선 이러한 가치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 모습"이라며 "의료진 수는 앞으로 점차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원격 모니터링 등 환자 상태를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진료는 미래에 꼭 필요한 기술이고 만성질환이나 단순 약제 재처방 및 정신과 상담 등 영역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다"며 "정부·의료계 모두 비대면진료를 갈등수단으로 보지 말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집중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