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KFP 의장(왼쪽)과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경북 상주 KFP 너드브루어리 양조장에서 만났다./사진=김성휘 기자
이성호 한국에프앤비파트너스(KFP) 의장이 말했다. 한국신용데이터(KCD)를 공동창업,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키운 그가 자신만의 새 사업으로 전통주를 낙점하더니 술 빚기에 한창이다.
KCD는 소상공인 경영관리 앱 '캐시노트'가 인기를 끌며 지난해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연거푸 성공을 거둔 이성호 의장의 세 번째 아이템은 술, 그것도 전통주인 막걸리다. 모바일·금융·데이터 등 첨단 아이템으로 달려가던 그가 마치 시간을 되돌아가듯 막걸리에 푹 빠진 것이다.
'너드브루어리' 바질 막걸리에 사용되는 바질 잎/사진=K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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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장은 "주요 상권을 다녀보니 외국인이 많이 몰리는 가게에 지역 술이 인기가 많더라"며 "먹고 마시는 것을 통해 한국적 즐거움을 세계에 알릴 수 있겠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복합문화공간을 구상하고 지역만의 콘텐츠와 헤리티지(유산)가 있는 곳, 농업 특산물이 발달된 곳을 물색했다"며 "상주주조의 바질막걸리를 만나고 '바로 이거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식자재 회사를 KCD로부터 직접 인수한 뒤 사명을 KFP로 바꿨다. CJ인베스트먼트에서 시드투자를 유치하고 상주주조를 인수했다. 현재 '너드(nerd) 브루어리' 브랜드로 바질막걸리, 체리막걸리 등 독특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의장은 KCD에는 여전히 사내이사로서 일부 업무를 맡고 있다.
/그래픽= 임종철 디자인기자
이 의장은 "BTS도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세계적 아티스트들과 협업하지 않았느냐"며 "앰버서더(홍보대사) 형태로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할 것이다. K-팝 아티스트일수도, 배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세 번째 도전은 시작 단계다. 막걸리 외에 증류주, 스파클링주 등 라인업을 다양화해야 한다. 자사 술에 어울리는 페어링(pairing) 안주 메뉴를 개발중이다. 시선은 이미 해외 시장을 보고 있다. 그는 "아시아권, 그중 일본과 싱가포르에 1차로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경북 상주 KFP 너드브루어리 양조장의 전통주 발효 현장/사진=김성휘 기자
이철우 지사는 젊은 창업가의 포부에 대해 "중국 마오타이는 술 하나로 시가총액 400조원을 달성했다"며 "안동소주 등 경북의 술을 그렇게 키워보자"고 화답했다.
김홍일 대표(Q)와 이성호 의장(A) 일문일답
이성호 KFP 의장(왼쪽)과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경북 상주 KFP 너드브루어리 양조장에서 만났다./사진=산업방송 채널i
A.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학부창업에 가까웠던 오픈서베이 때는 창업하며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는 다 겪은 듯하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초기멤버 중) 기업가치 몇천억원 단계를 운영해 본 사람이 없었다. 때문에 지속가능하게 더 성장시키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부분에 고민이 많았다.
Q. 투자시장에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를 잘 받는 것과, 고객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 중 무엇이 먼저인가.
A. 시장이 좋을 때는 여러 방법으로 밸류를 늘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있지 않나. 결국 오래도록 지속가능한 사업을 한다면 고객이 (제품을) 사용해주는 게 중요하다.
Q. 전통주인 막걸리가 세계로 나갈 수 있을까.
A. KFP는 '지구촌에 한국적 즐거움을 전한다'는 것을 기업 미션으로 한다. 이달 출시할 스파클링약주는 보관기간이 길어 수출이 가능할 것이다. 막걸리도 허브향을 살리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R&D(연구개발) 중이다.
Q. 너드브루어리를 키울 비책은.
A. 국내에도 '문화 대통령'이라 할 아티스트들이 많다. 그 분들을 포함, 유명 셰프 등과 컬레버레이션하고자 한다. 동시에 맛있고 향 좋은 주류를 소비하려는 분들에게 인정 받는 게 중요하다. 본사가 있는 서울 성수에서 여러 브랜드와 제휴를 확대한다. 이번에 레드불과 협업해 '너드불'이라는 칵테일의 일종을 선보인다.
Q. 스타마케팅을 강조했다. 마케팅과 품질(맛)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A. 술은 압도적으로 맛있어야 한다. 글로벌 주류인 와인, 샴페인은 궁극적으로 농산물 원물의 경쟁력부터 시작하더라. 훌륭한 와인은 결국 좋은 포도에서 온다는 뜻이다. 우리도 스무가지 이상 품종의 바질을 직접 기른다. 술 회사가 저렇게 허브에 진심인가 할 정도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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