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금, 달러 동반 랠리…글로벌 경기 회복이 원인, 인플레도 '불안'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4.04.0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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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가를 비롯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동에서 진행 중인 전쟁에 대한 우려보다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져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오는 6월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달러 가치도 동반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상품 가격, 4개월 반만에 최고
지난 6개월간 WTI 선물가격 추이/그래픽=이지혜지난 6개월간 WTI 선물가격 추이/그래픽=이지혜


올들어 원유와 휘발유, 금과 은 등 상품 가격이 랠리하고 있다. 에너지와 금속, 농산물 등의 분야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한 24개 상품의 선물 계약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 상품 지수는 3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14일 이후 4개월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하트포드 펀드의 글로벌 투자 전략가인 나네트 아부호프 제이콥슨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은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상품 가격이 더 오르고 전세계 인플레이션은 더 상승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금리를 예상대로 3번 인하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지난 3월 제조업 지수가 17개월만에 확장세로 돌아서고 중국의 산업활동도 되살아나면서 글로벌 경제에 모멘텀을 더하고 있다며 최근 견조한 경제지표들을 증거로 제시했다.

특히 "중국은 그간 상당한 디스인플레이션의 원천이었지만 중국 경제가 살아난다면 미국으로선 디스인플레이션의 외부 요인이 반대로 돌아서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러한 역학구도로 인해 연준이 시장의 기대대로 오는 6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 상승도 경기 회복이 핵심 원인
최근 유가 상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동에서 전쟁이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지난 2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하면서 중동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영국 브렌트유 6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3일 89.99달러까지 오른 뒤 89.35달러로 마감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가격도 85.43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10월27일 이후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로건 자산관리의 설립자이자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스티븐 리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갈등보다는 미국과 다른 지역의 강력한 경제 성장세가 원유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가는 이제 중동에서의 갈등보다는 수요와 더 밀접하게 연관돼 움직인다"고 말했다.

에너지기업 주가도 강세
최근 유가 상승이 지정학적 갈등보다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 때문이라는 사실은 S&P500지수 내 에너지 섹터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S&P500 에너지 섹터 지수는 3일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데이터트렉 리서치의 공동 설립자인 니콜라스 콜래스는 지난 3월28일 뉴스레터에서 S&P500 에너지 섹터 지수를 추종하는 에너지 섹터 셀렉트 SPDR ETF(XLE)와 WTI가 최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원유 공급과 수요의 역학구도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 섹터를 비중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는 유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갈 때인데 올들어 대형 에너지주들이 상승했다는 것은 지금 시장에서 유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콜래스에 따르면 에너지 섹터 셀렉트 SPDR ETF와 WTI의 100거래일 후행 상관관계는 2011년 이후 0.55였는데 이는 에너지 섹터의 하루 주가 변동 중 유가 요인은 30%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처럼 낮은 상관관계가 최근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금값 , 올들어 12번째 사상최고가
지난 6개월간 금 선물가격 추이/그래픽=이지혜지난 6개월간 금 선물가격 추이/그래픽=이지혜
금과 은 같은 귀금속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금 6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3일 올들어 12번째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가장 거래가 많은 은 5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거의 3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트포드 펀드의 아부호프 제이콥슨은 이에 대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과 연준의 금리 인하를 둘러싼 불확실성,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세, 꾸준히 진행되는 탈 달러화 추세 등에 힘입어 안전자산 수요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달러 인덱스도 4개월 반만에 최고

지난 6개월간 달러 인덱스 추이/그래픽=이지혜지난 6개월간 달러 인덱스 추이/그래픽=이지혜
특이한 점은 통상 원자재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달러 가치도 동반 랠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는 전날(2일) 장 중 한 때 105.10까지 오르며 지난해 11월14일 이후 4개월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인덱스는 이후 3일엔 104.22로 하락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12월27일 100.99로 바닥을 친 이후 올들어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소비자 물가지수(CPI) 등 인플레이션 지표가 하락세를 멈추면서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기가 뒤로 미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상 금값은 금리가 인하돼 달러 가치가 내려갈 때 상승한다. 하지만 최근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가 동반 랠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생각만큼 빨리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 수요도 느는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도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과 달러 가치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원자재 수요가 느는 가운데 경제 강세로 미국의 첫 금리 인하가 여름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까지 함께 강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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