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LG전자 대표(사장)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22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중장기 전략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조 사장 외에도 사업본부장 4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전략책임자(CSO) 등 C레벨 임원도 총출동했다. 고위급 임원이 주주와 소통을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등 새롭게 시도하는 혁신 제품을 소개하는 전시존을 마련해 주주에게 선보이고, 주총장을 방문하지 못하는 주주를 위해 처음으로 실시간 온라인 중계도 실시했다.
삼성전자 (77,500원 ▲800 +1.04%) 주총에서도 한종희 부회장(CEO)이 나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이끌었다. 최대한 많은 주주에게 발언 기회를 제공해 부족함 없을 정도로 시간을 할애했다. 주총은 9시에 시작해 오후 12시까지 3시간가량 진행됐는데, 대부분은 주주와 대화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HLB 주주연대 '주가행' 회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HBL은 2016년부터 매년 2회 주주 간담회를 개최하며 주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왔다. 진양곤 HLB 회장은 "내가 투자자라고 가정했을 때 회사 의사결정권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할 것 같다는 고민에서 시작했다"며 "계열사 대표들에게도 주총 이후 반드시 설명회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올해 주총 이후 주주 간담회에서도 2시간을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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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 인력 대동하고 주총장 멀리 잡고…'불통'에 뿔난 주주들
지난달 29일 셀리버리 정기 주주총회에 경호인력이 배치된 모습. /사진=셀리버리 주주 제공
셀리버리는 부진한 실적으로 2022년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회사 정상화를 약속했으나, 2년 연속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았다. 여기에 조 대표가 법인카드 사적 남용 의혹을 받으며 검찰에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셀리버리는 주주와 소통보다는 회피를 선택했다. 조 대표는 임시 주총장에 뒤늦게 모습을 드러내거나 정기 주총을 장소를 당초 예정된 곳에서 22㎞ 떨어진 곳으로 바꾸며 주주와의 만남을 피했다.
소액 주주들은 조 대표를 포함한 현 경영진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주총장을 일부러 멀리 잡아 소액주주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는 꼼수는 으레 있어 왔다"며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라는 인식보다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정기주총을 개최한 또 다른 상장사에서는 발언하려는 주주를 퇴장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십번 주주총회를 경험했지만, 발언하겠다는 주주를 퇴장시킨 건 처음"이라며 "주총에서 주주의 발언을 막은 건 주총 본연의 의미를 퇴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