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히로시마처럼 빨리 끝내야"…미국 의원 '핵' 발언에 발칵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4.0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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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이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언급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간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가자지구에 핵을 써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문제의 의원은 이스라엘의 빠른 승리를 강조하고자 은유(metaphor)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핵무기 사용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팀 월버그 미국 공화당(미시간) 하원의원이 3월 25일(현지시간)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원조 중단을 촉구하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대일본 원자폭탄 공격을 언급해 논란에 휩싸였다. /AP=뉴시스 팀 월버그 미국 공화당(미시간) 하원의원이 3월 25일(현지시간)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원조 중단을 촉구하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대일본 원자폭탄 공격을 언급해 논란에 휩싸였다. /AP=뉴시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CNN은 팀 월버그(미시간) 하원의원이 지난 25일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원조 중단을 촉구하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대일본 원자폭탄 공격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유된 영상에 따르면 월버그 의원은 한 유권자가 미국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항구 건설하는 이유를 묻자 "우리는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에 한 푼도 지출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어 "그것은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처럼 빨리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일본의 항복을 이끌어내고 전쟁을 끝냈다. 이 때문에 월버그 의원의 발언은 가자지구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스라엘의 빠른 승리를 위해 가자지구에 핵무기를 사용하자는 취지로 전달된 것이다.



 팀 월버그 미국 공화당(미시간) 하원의원이 3월 25일(현지시간)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원조 중단을 촉구하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대일본 원자폭탄 공격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영상=엑스(옛 트위터) 팀 월버그 미국 공화당(미시간) 하원의원이 3월 25일(현지시간)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원조 중단을 촉구하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대일본 원자폭탄 공격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영상=엑스(옛 트위터)
월버그 의원의 발언이 담긴 동영상은 엑스 등 온라인에 퍼졌고, 그를 향한 비판과 조롱이 이어졌다. 엑스의 한 이용자는 "정말 끔찍한 말이다. 그는 당장 문제의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이용자는 월버그 의원이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에 단 한 푼도 쓸 수 없다는 발언을 비판하며 "팀 월버그가 이야기할 때면 갑자기 동정심과 상식이 존재하지 않는 평행 우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조롱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월버그 의원실은 전체 발언문을 공개하며 해명에 나섰다. 전체 발언문에 따르면 월버그 의원은 논란이 된 발언 이후 "우크라이나에서도 마찬가지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빨리 물리쳐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에서 (미국 지원금) 80%가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대신 (지원금의) 80~100%가 러시아를 전멸시키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팀 월버그 미국 공화당(미시간) 하원의원이 1일(현지시간) '나가사키·히로시마' 발언 논란에 은유적 표현 사용으로 발언의 취지가 왜곡됐다는 해명의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월버그 의원 엑스(옛 트위터)팀 월버그 미국 공화당(미시간) 하원의원이 1일(현지시간) '나가사키·히로시마' 발언 논란에 은유적 표현 사용으로 발언의 취지가 왜곡됐다는 해명의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월버그 의원 엑스(옛 트위터)
발언 당사자인 월버그 의원은 엑스에 나가사키·히로시마 언급이 분쟁 종식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자는 뜻이 아니었다는 해명 성명을 올렸다. 그는 성명에서 "냉전 시대에 자란 사람으로서 내가 절대 지지하지 않는 것이 핵무기 사용"이라며 "나는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가 미군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가능한 한 빨리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점을 전달하기 위해 은유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은유를 사용하면서 문맥이 잘려 (전달하고자 했던) 내 메시지가 왜곡됐지만, 나는 전적으로 이런 신념(미군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빠르게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지지하며 동맹국 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월버그 의원의 이런 해명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한 엑스 사용자는 "그의 성명에 사과는 없다"고 짚었고, 다른 이용자는 "전쟁을 빨리 끝내고자 아이들을 죽이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미시간 유권자들을 향해 "다시는 이런 인종차별주의자를 선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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