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주총 결과/그래픽=조수아
하지만 앞으로 과제는 산적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조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시가총액 바이오의약품 산업 진출 등으로 시가총액 200조원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이를 실행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2000억원대의 상속세 마련을 위한 자금 조달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업계에서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가 한미약품 경영진을 대거 교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등은 모녀 측(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편에 서서 OCI그룹과 통합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며 형제 측과 대척점에 선 만큼 빠르게 형제 측 인사들로 요직을 채워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1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CDO)과 위탁연구(CRO) 사업 등 바이오의약품 산업 진출 등으로 시가총액 200억원의 기업이 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를 실현할 인사를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에서 퇴직한 인사들도 영입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소액주주들의 도움으로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만큼 배당 확대 등 주주제고 정책들도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임종윤 이사는 주총 후 "주주가 주인이다. 고객보다 주주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앞으로 주주들이 원하는 회사로 더 나아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형제 측의 경영권 확보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을 것으로 평가된다. 상속세 등을 위한 재원 마련이 가장 큰 문제다.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는 2020년 임성기 선대 회장 타계 이후 약 5400억원의 상속세를 부여받았다. 송 회장이 약 2200억원, 3남매가 1000억원 안팎의 상속세를 떠안았다. 현재 납부된 오너일가의 상속세는 절반가량으로 추정되며 앞으로 2년 간 2000억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OCI그룹과 통합도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었는데 통합이 무산되면서 상속세를 마련할 새 방법을 찾아야 하게 됐다. 시장에선 오너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매도할 경우 주가가 폭락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형제 측이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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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와 바이오의약품 산업 진출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선들이 많아 형제 측이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주주친화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R&D(연구개발) 투자 비용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회사의 경쟁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남은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모녀 측과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오너일가 개인이 보유한 지분율에 큰 차이가 없어 추후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송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12.56%, 임종윤 이사는 12.16%, 임주현 부회장은 7.20%, 임종훈 이사는 8.91%다.
임종훈 이사는 주총 후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다"며 "저희 형제가 가족과 다 같이 힘을 합쳐서 발전할 수 있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임종훈 사내이사와 장남인 임종윤 사내이사/사진= 머니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