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만원 받으려다 "헉, 이렇게 비싸?"…통신사 환승 잠잠한 이유

머니투데이 배한님 기자 2024.04.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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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지원금 도입 및 상향 후 번호이동 현황/그래픽=김다나전환지원금 도입 및 상향 후 번호이동 현황/그래픽=김다나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51,900원 ▼100 -0.19%)·KT (36,800원 ▼300 -0.81%)·LG유플러스 (9,820원 ▼90 -0.91%))가 최대 33만원으로 전환지원금을 올렸지만 번호이동은 늘지 않았다. 전환지원금을 받으려면 비싼 요금제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최신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아서다. 일각에선 4월은 돼야 전환지원금의 정책효과가 제대로 드러날 것이라며 속단은 금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환지원금 도입 첫날인 지난 3월16일 토요일 번호이동 건수는 1만6286건으로 전환지원금이 도입되기 전 토요일(1만6609건)보다 적었다. 최대 13만원이던 전환지원금이 33만원까지 오른 지난 23일 토요일 번호이동도 1만6971건으로 변화가 미미했다.



주간 번호이동 건수를 비교해도 전환지원금 영향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환지원금 도입 1주일 전인 지난 3월9일부터 15일까지 번호이동은 12만13건이었으나 전환지원금 도입 후 1주일 간인 16일부터 22일까지 번호이동은 11만8551건이었다. 전환지원금이 33만원으로 상향된 23일부터 28일까지 번호이동도 11만건 수준이었다.

알뜰폰을 제외한 이통3사의 번호이동도 큰 변화가 없었다. 이통3사간 번호이동 건수는 지난 3월9일 9559건이고 전환지원금이 처음 도입된 16일엔 9609건, 전환지원금이 상향조정된 23일엔 1만830건이었다. 주간 번호이동 건수는 전환지원금 도입 전인 3월9일부터 15일까지 4만7284건, 전환지원금 지급 첫주인 16일부터 22일까지 5만356건, 전환지원금 확대 첫주인 23일부터 28일까지 약 4만5000건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통3사와 제조사를 압박해 전환지원금을 대폭 확대했지만 소비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정책도입 취지와 달리 국민들이 전환지원금으로 통신비를 아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통신정책 전문가는 "10만원 이상 무제한요금제, 즉 고가요금제를 선택할 경우에만 최대 30만~33만원을 전환지원금으로 지원하고 최신 모델인 '갤럭시S24' 시리즈 및 '아이폰15' 시리즈 단말기는 전환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이미 한 철 지났거나 잘 팔리지 않는 재고품 단말기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폰업계도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당초 알뜰폰업계는 전환지원금이 도입되면 자신들의 최대강점인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방통위에 항의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알뜰폰 이탈규모는 크지 않았다. 방통위가 지난달 27일 알뜰폰업계와 만나 전환지원금 영향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을 때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는 "아직 번호이동 규모가 크지 않아 걱정한 것보다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전환지원금 효과가 4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유영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번호이동 수요파악은 4월 이후 가능할 것"이라며 "최신 기종의 전환지원금 상향을 대기하는 수요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4일 서울시내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 전환지원금 홍보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동통신 3사가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주는 전환지원금 최고액을 기존 10만~13만원 수준에서 30만~33만원으로 높였다.  /사진=뉴시스지난 24일 서울시내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 전환지원금 홍보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동통신 3사가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주는 전환지원금 최고액을 기존 10만~13만원 수준에서 30만~33만원으로 높였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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