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뼈 도둑' 골다공증…"나이·생활패턴 맞는 약 선택 중요해"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3.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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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선형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형외과 교수

봄철 등산 등 야외활동이 잦아지면서 주의해야 할 게 골절이다.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은 살짝만 넘어져도 뼈가 부러지기 쉽다. 중장년 이후 고관절·대퇴부 골절은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에 따라 신진대사가 크게 떨어지고 심하면 폐렴·욕창·패혈증 등이 합병증으로 찾아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문제는 골다공증의 전조 증상이 없다는 것. 골밀도가 줄어든다고 해서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골다공증으로 인해 척추뼈에 압박 골절이 생기면 미세하게 키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나이가 들면 누구나 키가 조금씩 줄어들기에 이것만으로 골다공증을 의심하긴 어렵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형외과 이선형 교수에게서 골다공증이 위험한 이유, 그리고 다양한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이선형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골다공증성 골절이 흔한 부위는 어깨·손목·발목·척추·골반·고관절·천골(엉치뼈) 등 일곱 군데로 압축된다"고 언급했다.이선형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골다공증성 골절이 흔한 부위는 어깨·손목·발목·척추·골반·고관절·천골(엉치뼈) 등 일곱 군데로 압축된다"고 언급했다.


Q. 증상이 없는데 환자들은 주로 어떻게 진단받는가?
"뼈가 부러져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은데, 골밀도 검사에서 골다공증이 발견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진료 경험상 골다공증 환자 5명 중 4명이 이에 해당한다. 나머지는 건강검진이나 보건소를 통한 골밀도 검사에서 골다공증 소견을 받았거나, 골밀도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다. 골다공증은 골밀도 검사 결과를 통해 확인한 T-점수(T-score)를 기준으로 진단한다. 골밀도 검사는 누워서 사진 찍듯 진행하는데, 세기가 다른 두 종류의 방사선에 대한 뼈의 흡수도 차이를 활용해 골밀도를 계산한다. T-점수는 뼈가 튼튼한 정상 성인 골밀도와 자신의 골밀도를 비교한 값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 및 국내외 진료지침에 따르면 -2.5 이하일 경우 골다공증으로 진단하고 치료한다."

Q. 골다공증으로 뼈가 잘 부러지는 부위는?
"골다공증성 골절이 흔한 부위는 어깨·손목·발목·척추·골반·고관절·천골(엉치뼈) 등 일곱 군데다. 골밀도가 낮아진 골다공증 환자에게 골절이 잘 일어나는 곳이다. 젊은 나이엔 넘어지더라도 멍이 들거나 2~3주 통증이 있을 뿐 이런 부위의 뼈가 부러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50대 이상에선 골밀도가 낮아진 상태인데 넘어지면서 손을 짚다가 손목·어깨·발목이 부러지기 쉽다. 70대 이상에서는 상대적으로 반응 속도가 낮아지면서 손을 짚지 못하고 바로 엉덩방아를 찧다가 척추·골반·고관절·천골이 그대로 충격받아 부러질 수 있다.



특히 고관절·척추·골반이 부러지면 거동이 불편해져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렵다. 대부분 근력이 부족한 고령 환자들이기에 오랫동안 걷지 않고 누워 생활할 경우 남아있던 근력도 굉장히 빨리 약해지고, 치료 후에도 예전만큼의 활동 능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또 골절로 와병 생활을 시작하면 폐렴·욕창 등 합병증이 나타나기 쉽다. 똑바로 앉기 어려워 눕거나 비스듬히 앉아 식사할 때 사레가 들면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 발생 위험이 높다. 이게 패혈증으로 발전해 사망할 수도 있다. 고관절 골절의 1년 내 사망률이 많게는 20%까지 굉장히 높은 것도 같은 이유다."

Q. 골다공증을 주의해야 할 대상은?
"골다공증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폐경 후의 여성호르몬 변화와 관련하고 있다. 뼈는 끊임없이 흡수·생성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균형을 이루는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뼈가 많이 흡수되지 않도록 막는다.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면서 골 흡수가 많이 일어난다. 50대 중반 이후 여성이라면 1~2년에 한 번씩 골밀도 검사를 받길 권한다. 국가건강검진에서도 만 54세, 만 66세 여성에게 무료로 골밀도 검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는 검사 후 골다공증의 유무와 함께 T-점수 수치를 알려주고 있다.

남성에서도 물론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지만, 여성보다 발생 확률이 낮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남성 골다공증 및 고관절 골절 환자의 예후가 여성 환자보다 나쁜 경우가 많다. 남자들은 웬만하면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지 않기 때문에, 이미 금이 갔거나 골절됐다면 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상황임을 뜻한다."


Q. 골절 여부에 따라 골다공증 치료가 다른가?
"먼저 어떤 약을 사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골다공증 약은 기전에 따라 뼈의 파괴를 막는 '골흡수 억제제'와 새로운 뼈의 생성을 촉진하는 '골형성 촉진제'로 구분할 수 있고, 투여 방법에 따라 '먹는 약'과 '주사제'로 나뉜다. 골다공증은 나이가 들수록 점차 골절 위험이 증가하는 질환으로 장기간 치료를 이어 나가야 하기에 환자의 나이·생활패턴 등을 고려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선택하는 게 좋다.

골형성 촉진제는 단기간에 골밀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의 골다공증 진료지침에서는 특히 골절 위험이 높은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 환자에게는 먼저 사용하도록 권고된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경험이 있거나 T-점수가 -3.0 미만으로 매우 낮다면 골절 위험이 특히 높은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신속하게 골밀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우선 골형성 촉진제를 정해진 기간 사용해 골밀도를 높이고, 골흡수 억제제로 치료를 이어 나가는 것을 권고한다."

이선형 교수는 "골다공증 약은 기전에 따라 뼈의 파괴를 막는 '골흡수 억제제'와 새로운 뼈의 생성을 촉진하는 '골형성 촉진제'로 구분할 수 있고, 투여 방법에 따라 '먹는 약'과 '주사제'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이선형 교수는 "골다공증 약은 기전에 따라 뼈의 파괴를 막는 '골흡수 억제제'와 새로운 뼈의 생성을 촉진하는 '골형성 촉진제'로 구분할 수 있고, 투여 방법에 따라 '먹는 약'과 '주사제'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Q. 환자 대부분이 골흡수 억제제를 사용한다는데.
"그렇다. 골흡수 억제제는 성분에 따라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 '비스포스포네이트', '데노수맙' 3가지로 분류한다.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는 먹는 약이다. 오래전부터 사용돼온 약제로 젊은 환자이거나 골다공증이 심하지 않더라도 치료가 필요한 경우 쓰인다. '비스포스포네이트'도 오랜 기간 많이 사용된 약제로, 먹는 약과 혈관 주사제가 있다.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보다 골밀도 개선 효과는 좋지만 환자마다 효과나 부작용, 투여 방법의 어려움 등의 반응이 각기 다르다.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는 복용하면 뼈에 달라붙어 오랜 기간 동안 그 효과를 나타내기에 골다공증 치료가 불가피하게 중단되는 경우에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런 점 때문에 너무 장기간 복용하면 그 효과가 쌓여 드물지만 비전형 대퇴골 골절이나, 턱뼈 괴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사용 비스포스포네이트는 3년 이내, 경구용 비스포스포네이트는 5년 이내만 사용할 것이 권고된다.

'데노수맙'은 가장 최근 등장한 항체 기반의 골다공증 치료제다. 팔 윗부분, 배, 허벅지와 같은 살이 많은 부위 피부 아래에 6개월마다 한 번 주사하는 피하주사제로 개발됐다. '데노수맙' 주사는 오랜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10년 시점까지 지속해서 골밀도를 높이고 골절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노수맙'은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골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추가적인 골절 위험 감소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오랫동안 뼈에 부착돼 효과를 보이는 '비스포스포네이트'를 제외한 골다공증 치료제들은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면 골밀도가 다시 감소하기 때문에, 상황상 골다공증 치료를 이어 나가기 어렵다면 반드시 담당 의사와의 상의 하에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

Q. 증상이 없다 보니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는 사례도 많을 것 같은데.
"그렇다. 골다공증은 당장 치료하지 않더라도 보이거나 느끼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치료를 멈추면 환자들이 다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다. 환자들에게 물으면 "골다공증 치료를 받더라도 나아지는지 잘 모르겠는데, 자주 병원에 와야 하니 귀찮다"고 한다. 치료 동기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일부 먹는 약은 환자들이 복용 후 속이 불편하다고 위장 장애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불편감을 미리 막으려면 약을 먹을 때 물을 많이 마시고, 이후 바로 눕지 않고 30분 정도 앉아있어야 하는 것과 같은 지침을 지켜야 한다. 환자들이 골다공증 치료를 다소 귀찮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소리 없는 뼈 도둑' 골다공증…"나이·생활패턴 맞는 약 선택 중요해"
Q. 먹는 약과 주사제는 효과가 다른가?
"골흡수억제제 중 '비스포스포네이트'는 먹는 약과 수액 맞듯이 20~30분간 혈관으로 투여하는 주사제 형태가 있고, 그 외에 데노수맙 성분으로 피하주사하는 약도 있다. 일반적으로 먹는 약보다 주사제의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난다. 6개월에 한 번 피하주사하는 '데노수맙' 성분의 치료제는 더 빠르고 오랜 기간 지속해서 골밀도를 높여준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나타났고, 실제 처방 경험상 이런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부작용 측면에서도 '데노수맙' 주사의 안전성을 확인한 다양한 연구가 있어 많이 고려된다."

Q. 기존에 써온 약에서 다른 약으로 바꿀 수도 있나?
"환자 상황이나 치료 과정에 따라 골밀도 관리에 가장 적합한 약을 선택해야 한다. 만약에 기존에 처방받아온 약의 복용 주기나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장기간 이어가기에 부담이 된다면 의료진과 상담 하에 본인에게 적절한 다른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어르신 대다수는 이미 복용하는 약물이 많이 있어, 먹는 약이 늘어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 골절 발생 위험도에 따라서도 약물 치료는 다르다. 일례로 이미 뼈가 부러진 경험이 있거나 골밀도 검사로 확인한 T-점수가 -3.0 이하로 상당히 낮아 당장 뼈가 부러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골절 위험이 임박한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은 신속하게 골밀도를 높일 수 있도록 골형성 촉진제를 우선 사용하는 게 임상적 혜택이 크다.

실제로 국내외 골다공증 진료 지침에서도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에게 초기부터 빠르게 골밀도를 높일 수 있는 골형성 촉진제 기반의 약물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골형성 촉진제 중 항체 기반 약물인 '로모소주맙'을 사용하는 경우 한 달에 한 번 12개월간 피하주사를 시행한다. 이후에는 골흡수 억제제로의 약제 변경을 통해 개선된 골밀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골다공증 치료 결과는 1년마다 골밀도 검사를 통해 T-점수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로 확인한다."

이선형 교수는 "골다공증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1년마다 골밀도 검사를 통해 T-점수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선형 교수는 "골다공증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1년마다 골밀도 검사를 통해 T-점수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Q. 골다공증 치료는 언제까지 받아야 하나?
"골다공증 치료의 최우선적 목표는 '골절 예방'이다. 골다공증은 나이가 들수록 뼈가 계속 약해지고 이로 인한 골절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이기 때문에, 골절 없이 건강한 생활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꾸준히 골밀도를 관리해야 한다. 평균 기대 여명이 길어지면서, 나이가 들수록 악화하기 마련인 골다공증에 대한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골다공증 치료에 있어서도 과거보다 치료 기간이 길어진 만큼, 장기간의 치료에 적합한 약물이 무엇인지와 장기간 골다공증 치료를 할 때 어떠한 방법이 환자에게 적합할지에 대해 의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Q. 골다공증 치료 중 발치나 임플란트 수술이 어렵나?
"이는 골다공증 치료제 중 골흡수 억제제의 드문 부작용 중 하나인 턱뼈 괴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드물지만 발생한다면 많은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임플란트 등의 치료 기간 골다공증 치료를 중단하거나 골형성 촉진제로 약제를 변경한다. 치료 기간이 길지 않다면 약제 투여 기간 사이에 치료받는 것도 방법이다. 골다공증 치료를 받고 있다면 치과 치료 기간에 따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중단 기간을 논의할 수 있고, 치료 후에는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 다시 골다공증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6개월마다 맞는 '데노수맙' 주사를 예로 들면, 치료를 중단하기보다 주사를 맞은 지 5개월째에 치과 치료를 진행하고 치유 기간을 가진 뒤 7개월째에 다시 주사를 맞는 방법을 택할 수 있고, 대한골대사학회의 권장 사항이다."

Q. 골밀도를 높이는 생활 습관은?
"약물 치료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칼슘과 비타민D제제가 골밀도를 높이는 데 도움 될 수 있다. 칼슘은 뼈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가 되고, 비타민D는 뼈를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물질이다. 비타민D는 햇빛을 쫴야 피부에서 합성되기 때문에 환자에게 간단한 산책과 같은 야외 활동을 권한다.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도 골밀도를 유지하는 데 좋다. 뼈는 끊임없이 흡수·생성을 반복하는데, 뼈에 하중이 가해지면 뼈 생성이 촉진된다. 걷거나 줄넘기하며 다리뼈에 무게를 실어 자극 주는 과정이 골밀도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골다공증 환자들께 산책과 같은 가벼운 운동을 권하는 이유다. 햇빛을 보며 비타민D도 합성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좋다.

골다공증은 특별한 증상 없이 조용히 찾아와 뼈를 약화하고 결과적으로 뼈가 부러지고, 그 이후로도 반복적으로 뼈가 부러져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첫 골절 자체를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뼈가 부러지고 나서야 골다공증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골다공증에 취약한 50대 이상 여성, 이미 뼈가 부러진 적 있는 사람은 병원을 찾아 골밀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만약 골다공증으로 진단받았다면 뼈가 부러지지 않도록 치료를 꾸준히 이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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