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삼체'의 놀라운 점은 3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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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매우 수준 높은 과학 이야기가 밀도 있게 배어 있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처음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기도 어렵다. 태양복사에너지, 나노테크놀로지, 소립자 인공지능 컴퓨터(AI), 입자가속기 등 첨단 우주과학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과학적 팩트의 향연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특히 지구로 돌진하고 있는 외계인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주탐사선을 보내야 하는 ‘과학적 로직’을 설명하는 장면은 상당히 그럴 듯하다. 핵폭발 추진력을 이용해 우주탐사선을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설명이 단번에 이해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황당무계한 논리는 아니다. 영화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을 봤을 때의 신기함, 놀라움과 비슷하다.
셋째, 실존적 위협, 즉 외계문명의 실체에 접근하는 방식이 신선하다. 실체를 밝히는 데 그 도구가 가상현실(VR) 또는 증강현실(AR)로 불리는 AI 게임이다. 가상현실에 접속하기 위해 머리에 쓰는 금속 장비가 핵심이다. 하얀색 케이스에 담긴 황금색 헤드기어. 마치 애플이나 구글에서 나온 신제품처럼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어떤 메커니즘으로 접속하는지는 몰라도 일단 단계별 게임 풀이 형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요즘 MZ세대의 욕구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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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의 작품답게 중국을 소재로 한 게 많은데 초반부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중국 문화대혁명이 대표적이다. 문화대혁명을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묘사했다는 중국 네티즌들의 지적이 많다. 하지만 중국은 넷플릭스가 정식으로 서비스되는 국가도 아닌 터라 어떻게 보게 됐는지가 더 궁금할 따름이다. 조금 각색이 있지만 소설의 내용에 근거한 묘사를 두고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외계인을 추종하는 세력도 등장하는데 이게 마치 사이비 종교 집단을 연상시키는 점도 흥미롭다. 절대적 신(神)의 강림을 기원하며 자신들만의 격리된 사회를 만들고 비밀을 유지하는 게 어디서 많이 본 형태다. 심지어 외계인을 "주님"이라고 부르고,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절대자로 숭배하는 것은 영락없는 사이비 종교 같다.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던 사이비 광신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 뒤에는 어쩌면 진짜 외계인들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에까지 이르게 된다.
원작 삼체는 총 3부로 구성됐다. 시리즈 삼체는 그중 1부를 영화화한 것이다. 우주를 관통하는 거대한 삼체 세계관의 서막에 불과한 것이다. 삼체를 읽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작품의 스케일이 워낙 커서 미국 의회와의 갈등이 사소하게 느껴졌다"라고 극찬했을 만큼 삼체가 구축하는 이야기와 상상은 대담하고 무한해 보인다. 벌써 그다음 시리즈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