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줄테니께 잘 혀봐" 설욕이냐 수성이냐...신범철·문진석 승부

머니투데이 천안(충남)=안재용 기자, 천안(충남)=오문영 기자, 천안(충남)=오석진 기자 2024.03.2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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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2024 빅매치 르포] '대전·충청' 격전지를 가다-충남 천안시 갑

"밀어줄테니께 잘 혀봐"...'재선 도전' 문진석 "천안을 100만 도시로"

'대전·충청' 격전지를 가다-충남 천안갑ⓛ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갑·초선)이 지난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중앙시장에서 한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사진 =오문영 기자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갑·초선)이 지난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중앙시장에서 한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사진 =오문영 기자


"우리 문진석 의원이 열심히 혔어. 내가 못 걷는 한이 있더라도 찍어줄겨"

지난 25일 오후 3시45분쯤,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중앙시장.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한 어르신이 4·10 총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반갑게 인사하며 "테레비에서 잘 보고 있어. 초심만 잃지 말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상인이 문 의원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나도 문 씨여"라며 친근감을 표한 뒤 "조금만 더 잘 혀봐. 밀어줄테니께 나라가 좀 잘 좀 돌아가게 혀봐"라며 말을 보탰다.



문 의원은 경기도 성남 풍생고와 중앙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정책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천안에서 사업을 하며 정당 활동을 이어오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며 정계에 본격 입문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의 초대 비서실장·정책특보 등을 거치며 정치 내공을 쌓았다. 이후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천안갑 후보로 출마해 신범철 국민의힘 후보를 1.4%포인트(p)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번 총선에서는 신 후보와 재대결을 벌인다.

21대 국회에서 초선다운 열정과 중진 못지않은 노련함으로 △천안역 증개축 확정 △천안 스타트업 파크 유치 등 미래먹거리 준비 △동부 6개 읍·면 성장 발판 마련(동부스포츠센터 건립 정부 지원 30억 원 확정·수신산업단지 국토교통부 심의 통과 등)과 같은 굵직한 지역 성과를 냈다. 중앙 무대에서는 전략기획위원장 등 핵심 당직을 맡으며 체급을 키웠다. 지난 대선 경선 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도와 측근 그룹 '7인회' 중 한 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문 의원은 이날 '일 잘하고 좋은 사람 문진석'이라는 글이 적힌 파란색 점퍼를 입고 천안중앙시장 일대를 누볐다. 1918년 남산중앙시장으로 시작한 천안중앙시장은 천안과 발전을 함께해온 전통시장이자 천안 최대 상설시장이다. 보수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원도심의 중심부지만, 정권심판론을 언급하며 호응하는 이들이 꽤 많았다. 한 행인은 문 의원을 마주치자 "정권심판 잘 알고 있다"고 했고, 국밥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원래 여기가 다들 저쪽(국민의힘)인데 아닌 사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때마침 윤석열 대통령의 '875원 대파' 발언이 시장의 화젯거리였다. 채소를 파는 상인들이 윤 대통령 발언 이야기를 꺼내면 문 의원은 "875원이면 농민들이 망하겠다. 어이가 없지 않나"라며 맞장구를 쳤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갑·초선)이 지난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중앙시장에서 한 상인과 대파 가격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사진 =오문영 기자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갑·초선)이 지난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중앙시장에서 한 상인과 대파 가격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사진 =오문영 기자
이불·담요 등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문 의원이 "친구들까지 해서 딱 3표만 도와달라"고 하자 "적어도 30표는 모아야 하지 않나. 소심하시네?"라며 농담 섞인 응원을 건넸다. 그는 문 의원과 대화를 마친 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요즘 내가 분위기를 보니까 (민주당에) 좋은 건 투표를 원래 잘 안 하던 사람들, 중도층들이 이번에 막 (민주당을) 찍어주려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과거 문 의원과 찍었던 사진을 내보이거나, 문 의원에게 받았었던 명함을 꺼내 들며 '문진석 개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반면 "나는 국힘(국민의힘) 쪽이여"라며 문 의원의 인사를 거부하거나 명함을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문 의원은 포기하지 않고 넉살 좋게 다가갔다. "아이고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으셔? 웃어야 성공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내기도 했고, "일을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간 되실 때 제가 열심히 했는지 안 했는지 찾아봐 주시고, 진짜로 잘하지 못했다면 집으로 돌려보내 주셔도 된다"고 자신감 있게 말해 일부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문 의원 캠프 관계자는 "그래도 선거가 가까워지니 구도심에서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이 올라온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물가는 치솟고 시장 상인들은 코로나19(COVID-19) 때보다 상황이 어렵다고 얘기한다"며 "수많은 국민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 해병대 채상병 순직에도 정부는 입을 닫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 주권자께서 준엄한 심판을 내려주실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지난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중앙시장 근처 모습.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현수막이 각각 걸려있다./사진=오문영 기자지난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중앙시장 근처 모습.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현수막이 각각 걸려있다./사진=오문영 기자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이 천안갑 지역을 둘러본 결과, 정권심판론에 대한 호응이 컸지만 원도심을 중심으론 국민의힘에 대한 견고한 지지세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을 지지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정치 이슈에 대한 피로감을 내비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청룡동에 거주하는 50대 A씨는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교해가며 "누가 뭐라 해도 민주당"이라며 "지금 검찰 독재가 너무 심한 것 같다. 정부도 밉고, 국민의힘도 밉다.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이다 뭐다 하면서 나쁜 놈이라고 하는데 선거용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40대 남성은 "개인적으로 보면 문진석 의원이 아무래도 낫다"고 말했다.

반면 천안역전시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B씨는 국민의힘 지지자임을 밝히며 "민주당은 일절 표를 안 줄 것"이라고 했다.

천안지하상가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하는 C씨는 "이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뭐가 다른가 싶다"며 "솔직히 지난 총선 때는 문진석 의원을 흔쾌히 찍었지만 지금 뭐가 바뀌었는지 잘 모르겠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는 해야겠지만, 표 주고 싶은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지역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철도 혁명을 통한 성장'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천안역을 기점으로 청수~독립기념관~병천~오창국가산업단지를 거쳐 청주공항까지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 △천안 도심 철도 지하화 △GTX-C(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천안 연장 사업 국비 지원 관철 등이 골자다. 동부지역 산업단지 기회발전특구 추진·청룡동 미개발지구 개발 등 경제·일자리 공약과 동부스포츠센터 완공·생활체육시설 확충과 같은 문화 공약도 내놨다.

문 의원은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제 막 시동이 걸린 천안 발전이 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일 잘하는 지역 일꾼을 뽑아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천안 발전이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기관차 역할을 하겠다. 천안을 100만 도시, 서울과 경쟁할 수 있는 최고의 도시로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4년 만에 총선에서 다시 맞붙게 된 신범철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국방부 차관을 하신 분으로 국방 전반에 걸쳐 실무를 담당하시면서 풍부한 국정 운영 경험을 쌓은 분"이라면서도 "다만 최근에 해병대 채상병 순직 수사외압 의혹이 진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데 신 후보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관여한 바 없다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신 후보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혐의를 부정하고 계신 것은 의혹 당사자로서도, 시민들의 한 표를 호소하는 후보자로서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수사외압이 없었다고 보는 여론이 20% 수준에 불과한데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할 정치인이 정작 국민을 외면하고 있어 참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번엔 될거여"…천안이 낳은 '국방 전문가' 신범철의 설욕전

'대전·충청' 격전지를 가다-충남 천안갑② 신범철 국민의힘 후보

신범철 국민의힘 후보가 충남 천안시 청룡동의 한 사거리에서 퇴근하는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사진=안재용 기자신범철 국민의힘 후보가 충남 천안시 청룡동의 한 사거리에서 퇴근하는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사진=안재용 기자
"이번에는 신범철이 조건 없이 될거여."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청룡동 천안청당초등학교 인근 사거리, 4.10 총선에서 충남 천안갑에 출마한 신범철 국민의힘 후보가 저녁 피켓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며 한 60대 지지자가 이같이 말했다. 신 후보는 꽤 많은 비가 내리던 이날 오후 하얀 우비를 입고 약 1시간 동안 퇴근하는 시민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하트 모양의 피켓을 앞뒤로 몸에 건 신 후보가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인사를 하자 한 운전자는 창문을 내린 뒤 "화이팅입니다!"라고 외치며 손을 흔들고 지나갔다. 비가 내려 운전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응원의 의미를 담아 "빠방~"하고 경적을 울리고 가는 이도 있었다.

신 후보는 사거리의 신호에 따라 차가 오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손을 흔들고 무릎을 굽혀 인사를 했다. 때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면서 "신범철입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후보 측 관계자는 "오늘 같은 날은 비가 와서 소통이 쉽지 않지만 평소에는 더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혀 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갑 지역의 표심은 신·구도심 별로 갈리는 분위기였다. 천안역전시장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이번에는 신범철이 될 거다. 천안에 (선거구가) 세 군데 있는데 셋에 둘은 국민의힘이 될 것 같다"며 "지난번에 (더불어민주당을) 180석을 줬는데 5년 동안 뭘 했나. 물가만 올랐다"고 했다.

한 60대 여성도 "지난번에 신범철이 여기 왔었는데 괜찮더라"고 했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한 40대 여성은 "솔직히 말해 정치에 크게 관심은 없다"면서도 "원래 이쪽 시장은 민주당이 많았었는데 이번에는 절대 안 찍는다고 하더라"고 했다.

신범철 국민의힘 후보가 충남 천안시 청룡동의 한 사거리에서 퇴근하는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사진=안재용 기자신범철 국민의힘 후보가 충남 천안시 청룡동의 한 사거리에서 퇴근하는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사진=안재용 기자
반면 천안 동남구 청룡동 등 새로 개발된 지역에서는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다. 신 후보는 "이쪽에서는 상대적으로 반응이 안 좋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 후보는 "돌아다녀 보면 제발 싸우지 말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해주신다"며 "그래서 네거티브에도 일절 대응하지 않고 묵묵히 하고 있다"고 했다.

신 후보는 천안을 교통의 요충지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신부성정역, 청수역, 구룡역 등을 신설해 천안 동남지역에서 '내집 앞 전철'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또 신 후보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 연장을 통해 50분대 서울생활권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GTX-C노선 연장에 대비한 천안역 신축도 서두르겠다고 했다.

원도심 등 소외된 지역을 살리기 위한 공약도 내놓았다. 신 후보는 우선 천안역 인근에 국방AT센터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국방AT센터가 생기면 관련 방위산업체와 첨단 IT(정보통신)기업도 함께 들어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신 후보는 키자니아 등 키즈테마파크를 원도심에 유치하고 천안의 대표 관광명소인 독립기념관을 자연과 함께 휴식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 지역에서 4년 만에 재도전에 나선 신 후보는 윤석열정부에서 국방부 차관을 지낸 국방·안보 전문가다. 충남 천안 남산초와 계광중, 북일고를 졸업한 천안 토박이다. 충남대 법대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 법학대학원에서 법학 박사를 수료했다. 1995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을 시작으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자문위원,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국립외교원 교수,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외교안보센터장 등을 지냈다.

신 후보는 "여당 후보로서 국회의원이 된다면 천안시를 비롯해 충청남도와 중앙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낼 자신이 있다"며 "지금까지 쌓아온 전문성과 실력으로 공약을 실천하겠다. 진심을 알아봐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갑은?

"밀어줄테니께 잘 혀봐" 설욕이냐 수성이냐...신범철·문진석 승부
'충남의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천안갑은 천안역 등 구도심권과 6개 면 지역을 품고 있다. 현재 구도심권 개발과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C노선 연장 등이 지역 최대 화두다.

대체로 야당세가 강한 천안 내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색이 강한 편이다. 이번 4·10 총선의 경우 천안병에 있던 청룡동이 천안갑으로 편입되면서 여야 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청룡동은 젊은층 비중이 높아 민주당 강세가 예상되는 곳이다.

14대 총선(1992년)에서는 민주자유당, 15대 총선(1996년)에서는 자유민주연합 등 보수정당이 당선됐으나 16대(2000년)부터 19대(2012년)까지는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 등이 연이어 당선되기도 했다. 20대(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으나 2018년 재보궐 선거와 21대(2020년) 총선에서 연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다.

현재 충남 천안갑 현역 의원은 문진석 민주당 의원으로 2020년 총선에서 당시 신범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1.42%포인트(P)차로 제쳤다. 보수정당인 우리공화당(0.78%)과 친박신당(0.71%)이 총 1.49% 득표한 것을 고려하면 박빙의 승부였던 셈이다. 문 의원과 신 후보는 오는 4월 총선에서 4년 만의 '리턴매치'를 펼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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