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지구 평균온도가 2도 오를 경우 스페인, 이탈리아 등 기존 유명 와인생산지가 현재 '와인 불모지'인 북유럽, 북미 등 지역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제공
프랑스 INRAE(농림축산식품환경연구소)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26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뷰 지구·환경'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년에 걸친 와인용 포도 재배 관련 연구 결과 등을 분석해 새로운 '세계 와인 지도'를 만들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점점 상승하자 포도가 이전보다 빠르게 익게 됐다. 이에 따라 수확시기도 가속화됐다. 현재 대부분 와인용 포도 재배농장은 40년 전과 비교할 때 2~3주 일찍 포도를 수확한다. 수확 시기가 당겨지면서 와인의 맛도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높은 기온에서 재배된 포도가 산도를 잃으면서 특유의 '시그니처' 향기가 조금씩 변했다는 것이다.
지구 평균온도가 2°C 또는 4°C 상승할 때의 유럽 대표 와인 재배지에서의 '재배 적합도' 변화. 주황색, 짙은 갈색 원은 '지속 가능성 위험이 매우 높음'이라는 뜻이다. 파란색 원은 '지속 가능성이 높음'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지도 왼쪽 아래 SPO(포르투갈 남부 알렌테주), CSP(스페인 중부 마드리드 등) 지역은 '위험 지역'에 속한다. /사진=네이처 리뷰 지구·환경
반대로 일종의 '수혜'를 보는 지역도 있다. 프랑스 북부 지역, 미국 워싱턴 주·오리건 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호주 태즈메이니아섬 등 기존 와인 생산지가 아니었던 지역이 고품질 와인 생산에 적합한 기후로 바뀐다. 연중기온이 낮고 흐려 포도 재배에 적합하지 않았던 유럽의 벨기에, 네덜란드를 포함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에서도 고품질 와인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분석이다.
실제 WMO(세계기상기구)가 최근 발간한 '2023년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표면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45˚ C 올랐다. 이는 기록을 시작한 174년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와인 생산지 남부 유럽은 지난해 7월 하반기 기온이 48˚ C를 넘어서는 등 극심한 폭염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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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기온 상승에 따라 새로운 질병과 해충이 출현하는 것도 포도 농가를 위협하는 또 다른 문제"라며 "가뭄에 더 강한 포도 품종으로 대체하고 포도밭 밀도를 낮추는 등 토양 수분을 더 잘 보존하는 관리 방법을 채택해야 지구 온난화를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