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AI는 버블인가, 혁명인가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4.03.2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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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18일 GTC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AFPBBNews=뉴스12024년 3월18일 GTC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AFPBBNews=뉴스1


지난주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새로운 GPU(그래픽 프로세싱 유닛) 아키텍처인 블랙웰과 이를 기반으로 한 신형 칩들이었다. 향후 1~2년간 엔비디아의 실적을 좌우할 신제품이니 당연한 관심이었다.

하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GTC)의 2시간에 걸친 기조연설에서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은 사무실과 공장, 물류, 의료 연구, 로봇공학 등 여러 분야에서 AI가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사례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AI가 생성형 AI 챗봇인 챗GPT나 사무용 AI 소프트웨어인 코파일럿처럼 정보를 손쉽게 찾아 정리해주고 어도비의 파이어플라이나 오픈AI의 소라처럼 음성이나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수준에 머문다면 AI의 생산성 향상 효과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AI가 혁명이라고 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제품 생산과 물류 등 산업 현장 곳곳에 활용돼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유의미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엔비디아의 장기 성장세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챗GPT와 같은 AI 모델을 개발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수만~수십만개의 GPU가 필요하다. 이 정도 규모의 GPU를 구입해 AI 모델을 직접 개발해 실행할 수 있는 기업은 몇몇 빅테크 기업을 제외하곤 거의 없다. 빅테크 기업이 AI 하드웨어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에도 엔비디아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AI를 직접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가 이번에 선보인 서비스가 NIM(엔비디아 인퍼런스 마이크로서비스)이다. 이는 각 기업이 거대한 AI 모델을 직접 훈련하지 않고도 여러 AI 모델들이 있는 엔비디아의 플랫폼에서 필요한 것만 가져다 조립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미리 훈련된 여러 AI 모델들을 각 기업이 상황에 맞게 조립하고 조정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MIN은 GPU당 연간 4500달러, 또는 GPU당 한 시간에 1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엔비디아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황은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 활용하기 위한 디지털 트윈의 다양한 사례도 소개했다.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으로 모의시험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파악해 해결하는데 활용된다.

그는 대만의 서버 생산업체인 위스트론이 디지털 트윈으로 공장을 최적화해 근로자들의 효율성을 51% 올리고 제품 생산 사이클은 50% 단축했으며 불량률은 40% 줄였다고 소개했다.

생산 현장의 인건비를 줄여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로봇을 활용하는 것이다. 황은 이번 GTC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GR00T(General Robotics 00 Technology)라는 로봇 기초 모델을 선보였다. GR00T는 사람처럼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범용 로봇 기술 모델로 AI를 탑재하고 있어 사람의 행동을 관찰해 움직임을 모방한다.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 인베스트는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AI가 "모든 분야를 변화시키고 모든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쳐" 2030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40조달러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의 이번 GTC는 AI의 이 같은 막대한 영향력의 단초를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AI 혁명이 아크 인베스트의 예상대로 단기간에 전 세계 생산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아직은 AI 활용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대부분 전망과 기대에 근거한 것일 뿐이고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AI를 훈련하고 가동하는데는 엄청난 물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각 기업이 사용하는 물과 에너지의 양을 공개하도록 하고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AI가 인간의 모습을 모방해 학습하기 때문에 살인 AI 로봇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AI 훈련에 사용되는 각종 데이터들의 저작권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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