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이 우리 탓?…46용사 유족, 두 번 울리는 '정치권 괴담'

머니투데이 평택(경기)=김인한 기자 2024.03.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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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총선 막말 정국, 유족들에 '비수'…"천안함 괴담 방지 특별법 만들어주시길"

"14년간 하루도 못 잊어"…'천안함 추모비' 어루만지고 흐느낀 유족

고(故) 민평기 상사 유가족인 윤청자씨가 26일 오전 11시 천안함 46용사 추모식 이후 아들의 추모비를 어루만지고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 영상=김인한 기자고(故) 민평기 상사 유가족인 윤청자씨가 26일 오전 11시 천안함 46용사 추모식 이후 아들의 추모비를 어루만지고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 영상=김인한 기자
지난 26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천안함 46용사 추모비 앞. 천안함 피격사건 14주기 경과보고와 추모곡 헌정 등에도 담담했던 유족들이 행사 후 추모비를 어루만지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추모비에 얼굴을 맞대던 유족들은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피격돼 세월은 흘렀지만 유족들의 시간은 14년 전 그날에 머물러 있었다.



고(故) 박정훈 병장의 유가족인 박대석씨는 "매년 3월이면 가슴이 아프고 하루도 아들을 잊을 수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희생한 아들을 그 누구보다 명예롭게 생각한다"고 했다.

'피격' 천안함, 14년 만에 어뢰까지 품고 '부활'
천안함 46용사 가족들이 추모비에 얼굴을 맞대고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천안함 46용사 가족들이 추모비에 얼굴을 맞대고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


천안함 피격 사건은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2분쯤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2함대 초계함(PCC)인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 어뢰 공격을 받았던 사건이다. 당시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이 구조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유가족 100여명과 당시 참전했던 장병 약 25명이 참석해 46용사의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유족들과 참전 장병은 14년 전 피격됐던 천안함(PCC-772) 시설을 둘러보고, 지난해 12월 작전 배치된 새로운 천안함(FFG-826)에 탑승하기도 했다.

천안함 46용사 유족은 "천안함이 폭침 당하고 유족들은 천안함 부활을 요청해왔다"며 "14년 만에 천안함이 새롭게 만들어져 감격스럽다"고 했다. 또다른 유족은 "더 강해진 천안함에서 우리 아들들이 건강하게 군 생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14년 만에 부활한 천안함은 2010년 대비 1000t(톤)급에서 2800t급으로 늘어났다. 길이도 기존 88m에서 122m로 약 35m 늘어났고, 항행 과정에서 소음도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천안함 내부에 전술함대지유도탄, 장거리대잠어뢰, 단거리함대공유도탄 등을 탑재했다.


천안함 함장 "북한 도발하면 무덤으로"
2010년 천안함 피격 당시 참전 장병 약 25명이 희생된 46명의 용사에게 거수경례하는 모습. / 사진=김인한 기자2010년 천안함 피격 당시 참전 장병 약 25명이 희생된 46명의 용사에게 거수경례하는 모습. / 사진=김인한 기자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작전관으로 근무했던 박연수 천안함 함장(중령)은 "14년 전 오늘이 눈앞에 생생하다. 그날 이후로 전우들을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면서 "천안함 함장으로 취임하면서 천안함 46용사 앞에 다짐했다"고 운을 뗐다.

박 함장은 "천안함 전우 모두와 함께 전장으로 나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완벽 사수하겠다"며 "적이 도발하면 즉·강·끝(즉각·강력히·끝까지) 원칙으로 그곳을 적들의 무덤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경철 해군 2함대사령관(소장)도 이날 추모식 중간중간 눈물을 보이면서도 적이 도발할 경우 즉각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족과 참전 장병 등도 천안함 46용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우리 영해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은 이날 추모식에 조화를 보내 천안함 46용사의 희생을 기렸다.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신원식 국방부 장관, 강정애 보훈부 장관 등도 애도를 표했다. 다만 이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보낸 조화는 없었다.

'슬픔이 분노로' 천안함 유족들…민주당 5명, 콕 집어 '질타'

천안함 46용사 유가족들이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인사. 왼쪽부터 4·10 총선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한기·노종면·박선원·권칠승·장경태 후보. / 사진=머니투데이DB천안함 46용사 유가족들이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인사. 왼쪽부터 4·10 총선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한기·노종면·박선원·권칠승·장경태 후보. / 사진=머니투데이DB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망언자 조한기·노종면·박선원·권칠승·장경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 천안함 유가족과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길 바랍니다."

이성우 천안함46용사 유족회장(고 이상희 하사 부친)은 이날 추모식 이후 '정치권의 천안함 음모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특히 4·10 총선에 출마하는 민주당 후보 5명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이 분노로 옮겨간 모습이었다.

이 회장은 "14년 전 북한의 폭침 도발로 저희 아들을 포함한 46명의 해군 장병이 희생됐다"며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식을 잃은 부모들과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유자녀들의 아픈 가슴에 다시 한 번 비수를 꽂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제22대 국회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천안함 46명의 용사와 생존 장병들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천안함 괴담 방지 특별법'을 만들어 주시길 여야 정치인들께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더 이상 북한에 의한 천안함 피격 사건이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시길 바라며 유가족들의 고통과 아픈 가슴을 보듬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14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2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14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천안함 피격사건은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2분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2함대 소속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 어뢰공격을 받은 사건이다. 당시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했다.

특히 2010년 사건 발생 이후 한국·미국 등 5개국 전문가 74명이 참여한 민·군 합동조사단은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론에 따라 해군 장병 46명도 전사 처리한 사안이다. 대법원도 천안함 피격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사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4·10 총선에 나서는 민주당 후보들은 과거 천안함 피격에 막말을 하거나 음모론 등을 제기했다. 경기 화성병에 출마하는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향해 "무슨 낯짝으로 얘기를 하느냐. 부하를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을 공천을 받은 장경태 민주당 의원도 같은시기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군인이라면 경계 실패, 침략 당한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 부평을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박선원 전 국정원 1차장은 2010년 이명박 정부를 향해 어뢰 피습이라는 결론에 맞춰 물증을 찾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관련 발언 후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충남 서산·태안에 출마한 조한기 민주당 후보도 2010년 "1번 어뢰에 의문 제기 않는 언론의 집단적 담합"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천 부평갑 노종면 민주당 후보는 2014년 "천안함 폭침이라고 쓰는 모든 언론은 가짜"라는 등의 음모론을 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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