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으면 더 비싸게, 비오면 할인?…레고랜드 탄력요금제 도입한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4.03.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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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객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못해…"한국 레고랜드 '리셋' 필요"

강원 춘천시에 소재한 레고랜드. /춘천(강원)=뉴스1강원 춘천시에 소재한 레고랜드. /춘천(강원)=뉴스1


글로벌 테마파크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입장객이 몰리는 시간대 이용료를 더 비싸게 받는 '서지 프라이싱'(탄력요금제)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8월 맑은 날, 3월 비오는 날보다 돈 더 내라"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스콧 오닐 멀린 엔터테인먼트 CEO는 올해 말까지 세계 20곳에서 운영 중인 테마파크 등 관광지에 서지 프라이싱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닐 CEO는 "입장객들은 8월 성수기에 맑은 날씨인 토요일이라면 비오는 3월 화요일보다 더 많은 이용료를 내야할 것"이라고 했다.

서지 프라이싱은 이용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추가 요금을 받는 가격 책정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여객 서비스 우버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우버는 택시 호출 수와 호출 지역 등을 고려해 실시간으로 요금을 변경하고 이용객에게 고지한다. 이용객은 그에 맞춰 택시를 호출하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앞서 미국 버거 프랜차이즈 웬디스도 내년부터 서지 프라이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가 거센 비난에 부딪혔다. 주문이 가장 많은 시간대 버거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다 주문이 적은 때 버거 가격을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연간 회원권을 제외하면 한국 레고랜드 입장권은 1일 이용권과 2개월간 무제한 입장이 가능한 시즌 이용권으로 나뉜다. 1일 이용권의 경우 성인·어린이 요금만 구분돼 있다. 오닐 CEO가 언급한 것처럼 그날 입장권 수요에 따라 요금이 바뀐다면 요금 체계는 지금보다 훨씬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입장객들 시설 더 적게 찾고 돈 더 많이 써"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탄력 요금제 도입을 검토하는 배경은 두 가지다. 하나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줄어든 이용객 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것. 멀린 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이용객 수가 6210만명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FT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6700만명)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멀린 엔터테인먼트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 뉴욕, 한국 레고랜드에서 2억1400만 파운드(361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오닐 CEO는 뉴욕 레고랜드 상황은 개선될 것으로 보지만 한국 레고랜드는 '리셋' 수준의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하나는 한 번 방문에 더 많은 액수를 지출하는 쪽으로 고객 성향이 바뀌고 있다는 것. 오닐 CEO는 "이용객들이 더 적은 시설을 선택하는 한편 쓰는 돈은 더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객 성향이 이렇다면 서지 프라이싱으로 가격이 오르더라도 감수하고 시설을 방문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오닐 CEO는 "경영과 가격 조절 측면에서 줄다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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