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지지 주정부 "블랙록에 돈 안 맡겨"…2년간 18조 회수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3.26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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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을 지지하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의 연기금들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ESG(환경·사회·거버넌스) 투자 전략에 대한 불만으로 지난 2년간 18조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뉴스1미국 공화당을 지지하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의 연기금들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ESG(환경·사회·거버넌스) 투자 전략에 대한 불만으로 지난 2년간 18조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뉴스1


미국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의 연기금들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ESG(환경·사회·거버넌스) 투자 전략에 대한 불만으로 지난 2년간 약 18조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의 연기금들이 지난 2년간 블랙록으로부터 133억달러(약 17조8393원) 규모의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금액에는 '공화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텍사스주 교육기금이 지난주 밝힌 투자금 회수 계획도 포함됐다.



앞서 텍사스주 교육기금은 다음달 말 블랙록에서 85억달러(약 11조400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 2년간 연기금이 블랙록으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했거나 회수하겠다고 밝힌 자금 중 최대 규모다. 지난달에는 블랙록과 자금 위탁 운용 계약도 해지했다. ESG 투자를 지향하는 블랙록이 화석연료 기반 산업 의존도가 높은 텍사스주의 기금을 운용할 자격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텍사스주의 교육기금 운용자산(AUM)은 530억달러로, 이 중 85억달러를 블랙록이 운용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은 지난 2022년부터 블랙록의 ESG 지향성이 투자 수익률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하며 이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공화당을 지지하는 '레드 스테이트'의 연기금들도 이에 동참해 블랙록으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이들의 투자금 회수는 2022년 7월 당시 웨스트버지니아주 재무장관이었던 라일리 무어가 블랙록을 석탄 산업에 적대적인 투자사 중 한 곳으로 지정하며 '블랙록 보이콧'을 선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주당국의 보이콧 선언은 처음 있는 일이었고, 이후 텍사스주를 비롯해 플로리다·미주리 등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 당국이 웨스트버지니아주의 보이콧에 동참했다.

블랙록은 공화당과 연계된 고위 로비스트를 영입하며 보이콧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텍사스주의 댄 패트릭 부지사와 함께 전력망 투자 서밋을 공동 개최하기도 했다. 패트릭 부지사는 앞서 블랙록의 ESG 투자 지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인물이다.

다만 FT는 이들의 투자금 회수가 블랙록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봤다. 블랙록 전체 운용자산(1조달러·1342조5000억원) 규모가 워낙 커 회수된 투자금 비중은 1% 남짓으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레드 스테이트가 여전히 200억달러(약 26조9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블랙록에 예치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블랙록으로 들어간 투자금 순유입액은 1380억달러(약 185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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