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식 그리너리 대표이사
지난해 환경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87%가 생물다양성 용어를 들어봤지만 이 중 42%는 잘 알지 못하며 10%만이 명확히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다양성협약의 인지도 또한 46%로 기후변화협약(75%)보다 낮았다.
생물다양성이란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자원의 종류나 유전자의 다양성 등을 총체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환경부의 조사결과처럼 국민 대다수가 생물다양성이란 용어는 들어봤지만 정확한 의미나 관련 정책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인류의 생활은 생물종에 크게 의존한다. 인류의 의식주, 특히 음식물과 의약품 등의 재료는 대부분 생물로부터 얻고 있으며 산업의 소재 또한 마찬가지다. 환경오염물질을 흡수 및 분해해 대기와 물을 정화하고 토양의 비옥도와 기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국제사회는 협약과 정책을 통해 위기대응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5)는 2030년까지 지구의 최소 30%를 보호지역으로 보전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최소 30% 복원하는 등 참여국이 이행해야 하는 실천목표를 채택했다. 민간을 대상으론 생물다양성 리스크 관리를 공시하는 의무가 부과되는 추세다. TNFD(자연재무정보 공시 국제협의체)는 기업운영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위험요소를 밝히고 이에 대한 지배구조, 영향관리, 목표 등을 공시토록 권고한다.
생물다양성 손실의 정량적 측정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해 대응하는 기후변화와 달리 생물다양성은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보편화한 수단이 없다. 데이터 기반의 분석이 가능해지면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촉진해 정밀하고 효율적인 생물다양성 보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발전과 번영의 이면에는 생물종이 감소하고 멸종되는 희생이 뒤따르고 있었다. 이를 막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에 돌이킬 수 없는 위협이 돼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인류와 생태계가 공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시해야 한다.
황유식 그리너리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