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생물다양성과 인류의 생존문제

머니투데이 황유식 그리너리 대표이사 2024.03.2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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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식 그리너리 대표이사황유식 그리너리 대표이사


최근 전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 감소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했다.

지난해 환경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87%가 생물다양성 용어를 들어봤지만 이 중 42%는 잘 알지 못하며 10%만이 명확히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다양성협약의 인지도 또한 46%로 기후변화협약(75%)보다 낮았다.

생물다양성이란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자원의 종류나 유전자의 다양성 등을 총체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환경부의 조사결과처럼 국민 대다수가 생물다양성이란 용어는 들어봤지만 정확한 의미나 관련 정책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인류의 생활은 생물종에 크게 의존한다. 인류의 의식주, 특히 음식물과 의약품 등의 재료는 대부분 생물로부터 얻고 있으며 산업의 소재 또한 마찬가지다. 환경오염물질을 흡수 및 분해해 대기와 물을 정화하고 토양의 비옥도와 기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물다양성이 오늘날 큰 위기에 처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생물의 멸종이 자연멸종 속도보다 100배 빠르며 이 속도가 수십 년 안에 최대 1만배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다른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구의 핵심 생태계인 아마존 우림의 훼손규모가 25%를 넘었고 주요 탄소흡수원인 염습지와 맹그로브 습지 등은 전 세계적으로 85%가 소실됐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국제사회는 협약과 정책을 통해 위기대응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5)는 2030년까지 지구의 최소 30%를 보호지역으로 보전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최소 30% 복원하는 등 참여국이 이행해야 하는 실천목표를 채택했다. 민간을 대상으론 생물다양성 리스크 관리를 공시하는 의무가 부과되는 추세다. TNFD(자연재무정보 공시 국제협의체)는 기업운영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위험요소를 밝히고 이에 대한 지배구조, 영향관리, 목표 등을 공시토록 권고한다.



이와 같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인류 구성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생태계를 복원하고 관리함으로써 기후변화 등 인류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자연 기반 해법이 중심이 돼야 한다. 기후변화는 생물다양성 손실을 일으키며 생물다양성 손실은 그린카본과 블루카본의 저하를 발생시켜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자연 기반 해법을 통해 생물다양성 문제와 기후변화에 동시에 대응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생물다양성 손실의 정량적 측정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해 대응하는 기후변화와 달리 생물다양성은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보편화한 수단이 없다. 데이터 기반의 분석이 가능해지면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촉진해 정밀하고 효율적인 생물다양성 보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발전과 번영의 이면에는 생물종이 감소하고 멸종되는 희생이 뒤따르고 있었다. 이를 막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에 돌이킬 수 없는 위협이 돼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인류와 생태계가 공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시해야 한다.
황유식 그리너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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