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밸류업은 준비된 사수로부터

머니투데이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2024.03.2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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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한국 경제를 좌우하는 중요성에 여전히 반도체업종에 대한 기대가 크고 펀더멘털에 대한 깊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기가 바닥을 확인했다는 기대감에 화장품과 소재업종에도 관심이 높다. 그러나 정부 발표에 당장 영향을 줄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실망감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밸류업은 주식시장의 가장 큰 화두다.

필자는 중장기적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일단 단기적으로 보면 기대감에 의한 주가상승은 일단락된 것 같다. 사실 정부가 추진할 법률의 개정과 판례의 변화, 그리고 관행의 개선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한 아무리 정책적으로 무대가 마련됐다 하더라도 결국 실제 밸류업을 시행하는 것은 개별 기업이다. 지금부터는 좀 더 미시적으로 개별 기업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출시된 관련 투자상품들도 결국 밸류업 움직임을 가시화할 수 있는 기업들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단 최근 주가 흐름을 돌아보면 한국 주식의 재평가를 위한 밸류업 이슈가 제기된 이후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역시나 금융업종이었다. 올해 1월17일 정부가 민생토론회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마련계획을 언급하기 직전 대비 KOSPI지수는 10% 상승하며 2700을 넘어선 상황이다. 그런데 은행 대표지수인 KRX은행지수는 30.5% 상승했다. 보험 및 증권업종지수도 각각 37.1%와 23.3% 올랐다. 1분기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성과는 그동안 소외돼 일반적으로 저PBR주였던 금융주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었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렸다.

워낙 전체적으로 PBR가 낮아서였는지 은행, 보험, 증권업종 주식들은 평균적으로 엇비슷하게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업종 평균 PBR는 아직 1배에 크게 못 미쳐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그렇게 평면적으로 해석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정부가 추진방안을 발표한 2월26일을 기점으로 업종 내 개별 주식의 수익률 방향성은 달라졌다. 발표 이전까지 업종 내 개별 종목의 상승률이 비슷했다면 이후 주가 흐름은 종목별로 차별화했다. 대부분 평이한 흐름을 보였지만 재차 크게 상승한 경우도 있다. 최근 상황은 은행과 증권업종의 경우 종목간 PBR 차이가 크지 않지만 보험업종 내에서는 주가상승으로 PBR가 1에 도달한 종목이 있는 반면 여전히 0.3 수준인 대형종목도 있다.

금융회사들의 경우 금융안정을 최우선하는 감독당국의 규제라는 아주 큰 변수를 공유하기 때문에 주가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주주환원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각자 사정이 다르다. 은행업종의 경우 자본적정성 규제인 바젤3가 2014년 도입된 이후 이미 안정화했기 때문에 각 사의 자본여력은 다르지만 상황이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보험업종의 경우 K-ICS 자본규제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개별 회사의 사정도 천차만별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PF 관련 부담을 생각하면 증권사 간의 차이도 작지 않다. 결국 개별 회사의 주주환원은 각 사의 여건과 의지에 따라 시행될 것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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