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필자는 중장기적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일단 단기적으로 보면 기대감에 의한 주가상승은 일단락된 것 같다. 사실 정부가 추진할 법률의 개정과 판례의 변화, 그리고 관행의 개선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한 아무리 정책적으로 무대가 마련됐다 하더라도 결국 실제 밸류업을 시행하는 것은 개별 기업이다. 지금부터는 좀 더 미시적으로 개별 기업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출시된 관련 투자상품들도 결국 밸류업 움직임을 가시화할 수 있는 기업들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워낙 전체적으로 PBR가 낮아서였는지 은행, 보험, 증권업종 주식들은 평균적으로 엇비슷하게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업종 평균 PBR는 아직 1배에 크게 못 미쳐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그렇게 평면적으로 해석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금융회사들의 경우 금융안정을 최우선하는 감독당국의 규제라는 아주 큰 변수를 공유하기 때문에 주가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주주환원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각자 사정이 다르다. 은행업종의 경우 자본적정성 규제인 바젤3가 2014년 도입된 이후 이미 안정화했기 때문에 각 사의 자본여력은 다르지만 상황이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보험업종의 경우 K-ICS 자본규제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개별 회사의 사정도 천차만별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PF 관련 부담을 생각하면 증권사 간의 차이도 작지 않다. 결국 개별 회사의 주주환원은 각 사의 여건과 의지에 따라 시행될 것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