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사 대치에 제약업계 '불똥'…리베이트 폭탄 맞을까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4.03.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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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30억 보상금에 리베이트 고발 잇따를 듯…중소·중견 제약사 위주로 리베이트 적발 가능성 높아

불법 리베이트 집중신고기간 운영 개요/그래픽=윤선정불법 리베이트 집중신고기간 운영 개요/그래픽=윤선정


의사들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정부가 포상금까지 내걸며 불법 리베이트 집중 단속에 나서면서 제약업계도 악영향이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 처벌)를 도입하는 등 관련 규제가 강화됐지만 리베이트 관행이 여전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중견·중소 제약사일수록 리베이트 영업을 통해 매출을 늘리는 경향이 있어 이번 단속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오는 5월20일까지를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신고기간으로 지정했다. 불법 리베이트는 의약품 공급자(제약사, 도매상), 의료기기사(제조·수입·판매(임대)업자)가 의약품·의료기기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허용된 경제적 이익 이외에 의료인 등에게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와 의료인 등이 이를 수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집단행동을 이어가는 의사들이 제약사 직원을 의사 집회에 동원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제약업계에서 의사들의 갑질, 리베이트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정부는 신고 보상금으로 최고 30억원, 포상금으로 최고 5억원을 내걸며 적극적으로 리베이트 신고를 받고 있다. 업계에선 그간에도 리베이트 조사가 있었지만 이처럼 고액의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적시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리베이트가 주로 내부고발자에 의해 적발되는데 고액의 보상금을 내건 만큼 리베이트 적발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캡처사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캡처
실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리베이트를 고발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글쓴이는 "의사가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 받고 환자에게 필요 없는 고가 재료와 약품을 남발한다"며 "최대한 증거를 모아놓고 시작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글 작성자는 "의약품영업대행업체(CSO) 사람이 의료기관 원장한테 지속해서 리베이트 하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검사 변호사들의 조언을 요청했다.

근래에도 리베이트 적발 소식이 잇따른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소속 교수는 환자들에게 비급여 의약품을 수백 차례 처방하고 제약사로부터 대가를 받은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이 교수는 특정 의약품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총 3회에 걸쳐 43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9일 한미약품에 과징금 405만원을 부과했다. 2018년 11월 의료기관에 '리스몬티지점안액0.5%'등 8품목의 채택·처방유도 등을 목적으로 150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단속으로 중견·중소 제약사가 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관련 제도들이 시행되면서 그동안 상위 제약사들은 단속 시 피해가 커 리베이트를 줄여왔는데 중견급 이하 제약사들은 둔감하게 리베이트를 지속해온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상위제약사들은 종합병원 등에 도매상을 거쳐 의약품을 간접 납품하는데 중견 이하 제약사는 주로 동네 의료기관을 상대로 영업해 리베이트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중견급 이하 제약사들이 수사 물망에 올라가 있는 상태인데 제보나 포상제도 때문에라도 리베이트가 많이 밝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더 강력한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고 본다. 복지부는 오는 12월 2023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작성된 의약품·의료기기 공급자의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의 공개를 앞두고 '지출보고서 공개 및 실태조사 운영 지침'을 발표하면서 제약사 등 업체로부터 허용된 경제적 이익을 얻은 의료인의 성명은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누구한테 어떻게 이익을 제공했는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제약사들이 영업하는 데 면피를 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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