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상자산, 선거용 정책수단으로 보지 말길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4.03.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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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정책보다는 정쟁에 골몰한 선거 국면이 진행되는 가운데 여야 모두 가상자산 공약을 내건 점이 눈길을 끈다. 비트코인 1억원 시대가 열리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여야가 적극적인 정책 약속으로 호응하고 나섰다. 마침 총선 10일 뒤 4번째 비트코인 반감기가 도래하는 점도 가상자산 공약의 명분으로 작용했다. 정치권이 규율도 방치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머무른 가상자산을 제도화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건 의미 있는 진전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가상자산 공약은 대동소이하다.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을 위한 입법 완수, 토큰증권 활성화 기반 마련, 가상자산 발행 허용 검토 등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반길만한 내용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는 물론 발행까지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미국 증시 상장에 따른 혼란이 발생하자 "선물 ETF는 허용되나 현물 ETF 투자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여야는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세금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입법이 이뤄지기 전까지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2022년 세제 개편에 따라 가상자산 과세 시기를 2025년으로 2년 미뤘는데, 또다시 연기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공제 한도를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고, 5년간 기존 금융투자상품과 손익통산 및 손실이월 공제를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금 걱정하지 말고 가상자산에 투자하라'는 메시지로 읽힐 정도로 적극적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여야는 2022년 치러진 대통령선거 때에도 유사한 가상자산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은 이뤄지지 않았고,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을 위한 전자증권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제정한 게 유일한 입법 성과다. 이마저도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으로 불거진 비판 여론에 떠밀린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선거 때만 코인을 이슈로 삼는 코스프레는 사라져야 한다. 이번에는 여야의 가상자산 공약이 공수표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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