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알리의 '1000원 딸기'가 두려운 이유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4.03.2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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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는 2006년 중국 시장에서 이베이를 몰아냈다. 알리바바는 당시 전자상거래 기업의 주요 수익 모델인 중개수수료를 과감하게 없앴다. 손실이 계속됐지만 알리바바는 무료수수료 정책을 지속했다. 결국 경쟁업체 이베이는 버텨내지 못하고 중국시장에서 철수했다.

알리바바는 소비자가 제품을 검색하면 화면 상단에 노출해주고 광고료를 받는다.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은 구글이나 네이버와 가깝다. 여러 사용자를 모으고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노출해주는 대가를 받는 식이다.



광고를 수익 모델로 삼게 되자 알리바바는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와 경쟁하게 됐다. 알리바바로 접속하는 상당수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를 통해 알리바바로 들어오자 알리바바는 바이두를 차단했다. 알리바바는 이후 온라인상거래 제품 검색을 위해서는 당연히 접속해야 하는 플랫폼이 됐고 2022년 핀둬둬 그룹의 테무가 출범하기 전까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80~90% 점유율을 유지했다.

알리바바는 2013년 경쟁사인 텐센트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위챗을 자사 플랫폼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초기 적자경쟁에서 승리하고 수익모델을 찾은 '승자독식' 기업의 모습이다.



최근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그동안 밟아온 성공전략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을 무기로 중국 직접구매(직구) 시장은 이미 석권했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국내 판매자들에게 무료 수수료 정책을 내걸었다. 가격 할인을 위해 1000억원을 투입하는 행사도 진행중이다. 딸기, 계란, 바나나 등은 1000원에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국내 브랜드 화장품, 패션 등을 '최저가'로 선보이고 있다.

알리의 할인 행사에 소비자들은 환호한다. 알리의 첫날 타임 세일은 1분도 안 돼 완판됐다. 알리의 진출 이후 이미 유통업체 생태계는 혼란에 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e커머스 업체의 상당수는 10년간 이어진 출혈경쟁에 그로기 상태에 빠져 있다. 정부가 뒤늦게 대응책을 만들고 있지만 현재로선 우리 정부가 제대로 규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 경쟁자를 물리친 이후의 알리의 행보가 우려스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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