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블랙홀 열리나…SKY 이공계 학생, 5명 중 4명 합격권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4.03.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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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확정한 20일 서울 서초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 의과대학 입시 준비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정부가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확정한 20일 서울 서초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 의과대학 입시 준비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의과대학 신입생이 2000명 늘어나면서 대학가와 관련업계에 미칠 후폭풍도 거셀 전망이다. 전국 40개 의대 정원이 기존(3058명) 대비 단번에 65%나 늘어난데다 수도권 의대도 400명 가까이 증원되면서 '의대 쏠림'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위원회'(이하 배정위원회)를 꾸려 새롭게 증원한 2000명(비수도권 1639명·수도권 361명)을 대학별로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 수험생은 물론 N수생(고등학교 졸업생), 이공계생, 직장인까지 의대 진학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측은 "지역인재전형으로 1071명을 선발했는데, 증원 인원과 해당 전형 비중 확대를 고려하면 해당 전형으로 2000명대가 몰려 더욱 의대로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의대 총정원 자체가 늘면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이공계열 상위권 학과에 지원이 가능한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의대로 진로를 바꿀 수 있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현재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공계 학생 가운데 45.4%가 의대와 이공계 동시 합격 가능권인데, 증원 이후에는 그 비율이 78.5%로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 합격생도 의대 합격이 가능한 성적대가 9.9%에서 22.8%까지 확대된다.



비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의대 정원이 배정된데다 지역인재전형도 현재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역 대학의 합격선이 하락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23학년도 입시에서 비수도권의 고3 학생 수학 1등급 수는 3346명이다. 비수도권 전체 의대 정원은 기존의 223명에서 3662명이 되면서, 수학 1등급을 받은 전체 고3 학생 수로도 비수도권 의대 총정원이 남기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역인재의 경우 해당하는 지역 내에서만 지원이 가능하기에 일반전형에 비해 대부분 합격선이 낮게 형성된다"며 "모집정원 확대로 지역인재전형 합격선은 다소 내려가겠지만 일반전형은 수도권 학생들의 지원으로 하락 폭이 작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역 의대는 정원이 늘지 않아 서울 소재 대학의 의학계열 입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이 의대로 빠져나가면서 최상위권 이공계열의 합격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의대 블랙홀로 이공계 인재 유출이 가속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증원 인원만 해도 1800여 명인 서울대 자연계열보다 많다. 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개 과학기술원의 신입생 규모(1700여명)도 넘는다. 최상위권 대학의 이공계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평생 자격증'인 의대를 향해 반수에 도전하는 현상이 굳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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