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단 ETRI 모빌리티로봇연구본부 본부장이 18일 머니투데이와 만나 '멀티모달 모빌리티 서비스'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건희 기자
국내 자율주행차 R&D(연구·개발)를 주도하는 최정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모빌리티로봇연구본부 본부장(사진)은 '자율주행차의 현재'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과열경쟁은 해소됐고 이제는 신뢰도 높은 기술을 개발할 시기"라며 "한국이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치고나갈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대전 ETRI 본원에서 만난 최 본부장은 대전 유성구 외삼동 일대에서 진행한 자율주행 시범영상의 편집을 완료했다며 기자에게 보여줬다. 모빌리티로봇연구본부가 개발한 자율주행차는 지난해 11월 유성구 노은동-반석동-외삼동 일대 약 7.2㎞ 구간을 자율주행하는데 성공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내놓은 '2022년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수준 조사 및 기술경쟁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자율주행차 기술은 급성장했다. 미국, 유럽 등 상위권 국가들을 2021년에서 2022년 1년 새 빠르게 추격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자율주행차 시장이 '몰락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약 10년에 걸쳐 자율주행차 '애플카' 개발에 공을 들인 애플이 지난달 관련 연구팀을 해산해서다. 최 본부장은 "애플이 장기화에 대한 비용부담으로 규모를 축소했지만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포기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TRI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함께 5년 내 국내 곳곳에 자율주행트램·자율주행운송차량 등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고신뢰 멀티모달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에 도전할 예정이다. 최 본부장은 "정부가 나서서 국민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한국형 자율주행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시기"라며 "한국의 기술은 미국보다 2.9년 늦은 수준이지만 미국이 주춤할 때 빨리 움직인다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5년 내 제대로 연구한다면 아직 최종 승자가 없는 자율주행 시장에서 '퍼스트무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좁은 길목에서 맞은편 차량과 마주치자 차량은 스스로 주행 속도를 낮추며 방향을 살짝 틀어 제 길을 찾았다. /사진=ETRI 모빌리티로봇연구본부
굴다리를 지나는 자율주행차. 굴다리에서 빠져나올 땐 갑자기 빛이 한 번에 많이 들어오면서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다. 차량은 주행 속도를 자동으로 줄였다. /사진=ETRI 모빌리티로봇연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