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30% 죽는데" 일본 휩쓴 전염병, '의사 공백' 한국 오면 어쩌나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3.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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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30% 죽는데" 일본 휩쓴 전염병, '의사 공백' 한국 오면 어쩌나


최근 일본에서 치사율이 30%에 이르는 감염병 'STSS'가 빠르게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떠난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서를 내겠다고 선언하면서 혹여 이 감염병이 '의사 공백'으로 인해 국내에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일고 있다.

우리말로 '사슬알균에 의한 독성쇼크증후군'인 STSS(Streptococcal Toxic Shock Syndrome)는 이름 그대로 '사슬알균(구, 연쇄상구균)'이라는 균이 독소를 내뿜으면서 온몸의 세포를 망가뜨리는 질환이다. 사슬알균 중에서도 '그룹 A'에 있는 스트렙토코쿠스 파이오진(Streptococcuc pyogenes)이라는 균이 가진 독소가 쇼크와 패혈증을 유발하는 질환이 바로 STSS다.



신종 감염병은 아니다. STSS 감염자는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적으로 분포해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 증가세가 뚜렷하다. 올해 1~2월 일본 내 STSS 감염 사례가 378건 보고됐다. 일본 전역 47개 현 가운데 45개 현에서 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1년간 일본에서 보고된 STSS 사례는 총 941건으로, 지난해보다 올해 감염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대해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박윤선 교수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본에서 STSS 확산세가 왜 빠른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에서 벗어나면서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다가 회사·학교 등 밀집한 곳에서 감염자의 침방울(비말)이 튀면서 입 안에 상처가 났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 병은 한 마디로 감기처럼 찾아왔다가, 쇼크·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는 병'이다. 사슬알균의 주된 감염통로는 △목 △상처 난 피부다. 인두(목젖 부위)와 후두(인두 아래, 성대가 있는 곳)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상처 난 피부에 사슬알균이 침입하면서 피부 궤양, 연조직염 등으로 진행한다. 박 교수는 "인후두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 감기여서 감기와 오인하기 쉽다"며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인후두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목 안 병변에 따라 세균과 바이러스 중 어느 게 원인인지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빨갛게 붓기만 하면 바이러스가 원인일 수 있다. 반면 하얗거나 회색·누런색의 삼출물이 부은 곳 위에 끼어있다면 세균이 원인일 수 있다. 이 경우 세균 감염을 의심해 항생제로 세균을 죽일 수 있다.
※해당 사진은 이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로 정박중인 일본 크루즈선에 탑승했던 한국인 6명과 일본인 배우자 1명이 19일 김포국제공항에 착륙한 공군3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해당 사진은 이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로 정박중인 일본 크루즈선에 탑승했던 한국인 6명과 일본인 배우자 1명이 19일 김포국제공항에 착륙한 공군3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사슬알균에 감염되면 보통 감기와 비슷하게 인후두염 증상으로 시작했다가 드물게 패혈성 인두염, 편도선염, 폐렴, 뇌수막염 등을 유발하고 패혈성 쇼크, 다발성 장기 부전 및 괴사로 이어지거나,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머니투데이에 "이 병 자체가 흔하지 않고 원인균이 몸에 들어왔다고 해도 감염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아 코로나19처럼 범유행 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균이 내뿜은 독소로 인해 피부 궤양, 연조직 감염 등이 동반된 경우 발생 부위를 수술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STSS가 발생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어지럽고, 피부가 축축해지면서 자꾸 졸리다가 쇼크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경우 보통 1인실에 격리해 입원 치료를, 피부 상태에 따라 수술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현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입원과 중환자실 당직, 수술실 보조업무를 담당해온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다는 것.


전공의를 대신해 감염내과 교수들이 당직을 더 많이 서고 있는데, 한 달째 이어지면서 피로가 극심하게 쌓였다는 게 교수들의 호소다. 박 교수는 "원래 주 1회만 콜을 받았지만, 전공의들이 떠난 후 주 3회 당직을 서고 있다"며 "당직 한 번에 36시간씩 근무하는데 쪽잠을 자거나 하루에 밥 1끼 먹는 게 소원"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이러다 '순직'할 지경"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감염병이 유행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건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감염내과 교수들의 업무량 폭증과 그로 인해 교수들이 '순직'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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