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사교육 경감 시작의 해로[기고]

머니투데이 오석환 교육부 차관 2024.03.20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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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은 대표적인 사회 문제다. 학생들이 하나라도 더 배우고 공부하는 것은 일견 긍정적인 일인데, 사교육은 왜 심각한 사회적 병폐가 된 것일까.

부모가 자녀를 학원 등에 보내면 초반에는 학습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영양분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되는 것처럼 학생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는 과잉학습, 학습비만은 혼자서 지식을 탐구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자기주도학습 역량 발달을 방해한다.



지나친 사교육 의존성은 또한 가계 부담과 함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일부 현직 교사가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팔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과 같은 사교육카르텔 행태가 확인된 것이다. 특히 그간 난이도 조정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됐던 소위 수능 '킬러문항'은 사교육카르텔을 더욱 공고히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지난해 6월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면서 공정 수능과 사교육카르텔 혁파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킬러문항 등을 통해 불안감을 조성해 과잉 사교육으로 유도하고, 이것이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역량 저하와 공교육 불신으로 연결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사교육카르텔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입시체제 확립과 공교육 내실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교육부는 2028 대입제도 개편을 통해 학생들이 공교육 과정을 충실히 학습하는 것만으로 대입 준비가 가능한, 공교육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입시체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 적정한 난이도를 유지하는 수능체제가 그 일환이다. 이와 함께 공교육 내에서 학생 개개인의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사 주도의 수업 혁신과 교원 역량 강화,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도입 등의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정책 초기 단계이지만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비 증가세가 현저하게 둔화됐고, 중학생의 사교육 참여율도 감소하는 등 의미 있는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 유치원 단계에서도 스스로 문제와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시작은 늘봄학교다. 늘봄학교는 초등 저학년에게 체육·예술문화, 디지털, 진로체험 등 다양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늘봄학교는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흥미와 소질을 키워줘 교육혁명의 시작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아 단계와도 연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보육·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유보통합이 추진 중이다.

지난해가 사교육카르텔 혁파와 교육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현장에서 작동하기 시작하는 때다. 올해는 우리 아이들이 수동적인 학습자에서 벗어나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평생학습자로 성장하는 교육체제를 만들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교육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대학, 그리고 학부모와 학생 모두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해 나가야 할 시기다.
2024년을 사교육 경감 시작의 해로[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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