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면허제도와 경제학

머니투데이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前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원장 2024.03.20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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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前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원장)임진(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前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원장)


면허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개인이나 기업에 특정 행위를 하거나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공식적으로 부여한 것이다. 정부는 면허제도를 통해 그 자격을 규제함으로써 해당 분야의 전문성, 안전성,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면허제도는 의료, 법률, 교육, 회계 등 전문 서비스업종에서 주로 도입돼 운용된다.

면허제도는 여러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우선 면허제도는 전문성을 갖춘 자만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하기 때문에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 즉 정부는 면허발급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일정 수준의 서비스 품질을 보증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그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도록 소비자를 보호한다. 또한 정부는 면허제도를 통해 전문가들에게 면허라는 독점권을 부여하는 대신 그들이 품질, 안전, 윤리 등의 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해 소비자에게 신뢰성이 높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보장한다. 그리고 정부는 면허취득과 유지요건 강화를 통해 서비스 제공자에게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면허제도에 대한 경제학 연구는 애덤 스미스부터 시작됐는데 전통적인 관점은 면허제도가 가지는 위와 같은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티글러와 밀턴 프리드먼을 거치면서 경제학자들은 면허제도의 부작용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잘못 설계된 면허제도는 소비자의 후생을 오히려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미네소타대학의 클라이너 교수와 MIT 경제학과 솔타스 교수는 지난해 10월에 발간한 논문에서 미국 면허제도가 해당 직역에 대한 노동공급을 축소해 소비자로 하여금 지나치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경제 전체적으로는 편익보다 비용을 더 크게 만든다는 실증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이들 외에도 경제학자들은 다른 여러 부작용에도 관심을 보인다. 우선 면허를 받기 위한 요구 사항이 과도하게 엄격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 경우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진입에 장벽이 될 수 있다. 이는 전문직 내에서 경쟁을 제한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그리고 면허제도가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한 유연성이 부족하게 설계된 경우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 모델의 개발과 도입을 더디게 할 수 있다. 이는 특정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고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 등과 같은 디지털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시대에 뒤처진 면허는 특정 직역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도 있다. 또한 면허취득 과정에서 요구되는 고비용, 복잡한 절차, 높은 교육수준 등이 특정 소득계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국가는 면허제도를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시장진입 장벽을 낮추는 등 규제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경제적 효율성 증진, 혁신촉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보호와 후생을 극대화하기 위해 법무부가 5년마다 면허제도를 재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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