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신화/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7일(현지시각) 예루살렘 집무실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기이한 요구에 굴복한다면 인질 석방을 끌어내지 못할 뿐 아니라 또 다른 대학살을 자초하는 일"이라며 무장 정파 하마스가 제시한 휴전안을 거부했다. 2024.02.08.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자매 민주주의 국가에 가서 그곳의 선출된 지도부를 교체하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그것은 이스라엘 대중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우리는 '바나나 공화국'(부패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작은 나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공격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국제사회 압박이 아무리 커져도 하마스 소탕과 인질 석방, 가자 지구발 안보 위협 해소 등 목표 달성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은 라파에서 조심스럽게 작전할 것이다. 몇 주가 걸리겠지만 어쨌든 작전은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리쿠드당 역시 지난 14일 "이스라엘은 '바나나 공화국'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네타냐후 총리를 선출한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국가"라는 반응을 내놓는 등 미국 측에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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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피란처'로 알려진 라파에는 가자지구 내 주민과 피란민 등 140만 명이 몰려 있어 공격이 현실화하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줄기차게 라파 공격을 만류해 왔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무시하고 15일 이스라엘군(IDF)의 라파 군사작전을 승인한 바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은 가자지구 전쟁 초기만 해도 강력한 이스라엘 우방을 표방했지만, 전쟁 장기화 속에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휴전 협정이 지지부진해지자 리더십 교체 필요성을 내비쳐놨다.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강한 반대에도 라파 진격을 공언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올해 대선 여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다소 밀리는 가운데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친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미국 내 아랍계의 반발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상원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크리스 밴홀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명은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 정부를) 더 압박하고,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미국의 모든 정책 지렛대를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행동은 미국의 원조 제공을 방해하는 나라에는 무기 판매와 이전을 금지한다는 해외 원조법 위반이라며 대응을 요구하는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지난 11일에는 미 국가정보국(DNI)이 "네타냐후 총리의 '지도자로서의 생존' 가능성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내용이 담긴 연례 국가안보 위협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