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훈. /사진=롯데 자이언츠
정훈은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홈경기 승리 후 '시범경기 2연승으로 올 시즌 전망이 밝아졌나'는 질문에 "여기서 오랫동안 시범경기를 했었다"며 농담 섞인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첫 4타석에서는 다소 조용한 모습이었다. 1회 말 2사 후 맞이한 첫 타석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정훈은 3회 유격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5회 무사 만루에서 투수 앞 땅볼로 3루 주자를 아웃시킨 뒤 본인은 1루에 살아나간 그는 9번 황성빈의 2타점 적시타 때 득점을 기록했다. 6회에는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다.
롯데 정훈(맨 오른쪽)이 10일 사직 SSG전에서 8회 만루홈런을 터트리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게임이 끝난 후 만난 정훈은 "오랜만에 게임에 나가다 보니 그 전 타석들에서는 느낌이 별로 안 좋았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쳐라. 그냥 편하게 들어가서 쳐라'고 조언을 해주셔서 편하게 갔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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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정훈은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와 김 감독과 세리머니를 하며 몇 마디를 주고 받는 장면이 중계카메라에 잡혔다. 이에 대해 정훈은 "네 타석에서 못 치면 5번째에 내기 쉽지 않은데 내주셨다"며 "(하이파이브를) 한번 더 쳐달라고 하니 감독님이 싫어하시더라. 가라고 했는데 끝까지 치고 왔다"고 웃었다.
정훈은 그동안 타격에서 3할에 가까운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이 가능한 선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FA(프리에이전트) 3년 계약 첫 해인 2022년에는 0.245의 타율에 그쳤고, 이어 지난해에도 전반기 타율 0.214를 기록한 후 옆구리 부상으로 7월 말에나 돌아왔다. 후반기에는 타율 0.296, 6홈런으로 희망을 보여줬다.
이후 정훈은 절친한 선배 이대호(42), 팀 후배 한동희(25)와 함께 과거 현대 유니콘스 시절 입단 동기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37)를 찾아가 타격 수정에 나섰다. 정훈은 이에 대해 "(강)정호에게 좋은 것도 배웠지만, 10일이라는 시간이 나이가 드는 입장에서 큰 동기부여가 됐다. 기술보다는 마음이 성장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정훈이 타격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에 대해 정훈은 "30대 초반에도 이렇게 못 나갈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티를 좀 냈다. 그런 게 선수단에 전해진다"면서 "내가 나이를 먹고 서른 초반 친구들이 그렇게 하는 걸 볼 때 너무 안 좋다고 생각을 했다. 마음은 잘 알지만 티 내는 게 보탬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고참이기 때문에 내가 말 안 하고 있으면 후배들이 눈치를 보기 때문에 웃으면서 하려고 했던 걸 감독님이 좋게 봐주셨다"고 말했다.
올해 롯데는 통산 645승을 기록한 명장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고, 베테랑 선수 김민성과 오선진, 진해수 등을 데려오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2010년 입단 후 올해로 롯데 15년 차가 되는 정훈도 "지금 분위기가 가장 시너지가 잘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감독님이 말이 없으시지만 카리스마가 있기에 선수들이 알아서 잘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냉정함도 잃지 않았다. 정훈은 시범경기 2연승에 대한 질문에 "여기(롯데)서 오랫동안 시범경기를 했었는데..."라며 웃었다. 롯데가 그동안 가장 많은 시범경기 1위를 하고도 정규시즌에서 그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그는 "결과를 떠나서 분위기만 봐주시면 좋겠다. 하고자 하는 것, 뛰어다는 것을 봐주시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롯데 정훈(오른쪽)이 10일 사직 SSG전에서 8회 말 만루홈런을 터트리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