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민의힘의 공천이 거의 마무리되며 '시스템 공천'(당내 인사들의 개입이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객관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후보자를 선출 방식)의 성적표가 어떨지 주목받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럼에도 국민의힘 공천 결과는 '현역 불패'란 뒷맛도 남겼다.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103석밖에 얻지 못했던 만큼 현재의 지역구를 최대한 사수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가 컸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통해 국민의힘 공천의 부족한 면을 얼마만큼 채울수 있을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총선까지 남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용산 출신 11명, 검사 8명…대부분 험지로"
국민의힘 총선 후보 중 용산·검사 출신자 비중/그래픽=김현정
검사 출신인 주진우 예비후보가 부산 해운대구갑 출마를 선언했다./사진=뉴스1
또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공천받은 검사 출신 정치 신인은 8명 뿐이다. 검사 출신 정치 신인들 또한 험지에 가까운 곳에 공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에서 지역구 공천을 받은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후보자 가운데 검사 출신은 △심재돈(인천 동구·미추홀구갑) △최기식(경기 의왕시·과천시) △정필재(경기 시흥시갑) △이원모(경기 용인시갑) △김진모(충북 청주시서원구) △박경호(대전 대덕구) △조수연 (대전 서구갑) △주진우(부산 해운대구갑) 등 8명이다. 이중 박경호·조수연 후보는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았다. 두 지역 모두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현역불패' 뚜렷…3선 이상 교체율도 17%에 그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4월 총선 현역 교체율이 35%대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에을 방문해 제22대 총선 정우택, 김진모, 김수민, 김동원 후보 등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활동하던 시기부터 '희생' 요구에 직면한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교체율은 상대적으로 더 낮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3선 이상 의원 30명(더불어민주당 탈당 후 입당한 김영주, 이상민 의원 제외) 중 불출마·경선포기·컷오프된 의원은 △장제원(부산 사상) △이명수(충남 아산갑)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김영선(경남 창원의창) △이채익(울산 남갑) 등 5명에 불과하다. 3선 이상 중진 의원 30명 중 공천이 확정된 의원은 단수추천 11명, 경선승리 8명, 재배치 4명 등 총 23명으로 생존율이 70% 이상이다. 하태경, 한기호 의원은 경선을 진행 중이다.
달리 보면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TK(대구·경북) 등 정치적 텃밭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만큼 당시 살아남았던 다선 의원들의 경쟁력이 이번에도 확인됐다고도 볼 수 있다. 지역기반이 탄탄한 중진들을 임의로 배제하고 새로운 인물을 배치한다고 해서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높은 현역 교체율이 곧 총선 승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등 보수 계열 정당의 현역 교체율은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약 38%, 2012년 19대 총선 약 47%, 2016년 20대 총선 약 24% 등을 기록했다. 보수정당이 18대·19대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고, 20대·21대 총선에서 패배한 것을 보면 현역 교체율과 총선 승리간 직접적 관계는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보수진영 첫 '시스템 공천'...총선 결과에 성패 달려
[국민의힘은 공천 작업이 진행되는 내내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이 보수진영에서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을 시도한 것은 이른바 '검사·용산 공천'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국민의힘에 유리한 지역에 검사, 대통령실 출신 인물들이 대거 공천될 경우 현역 의원들이 이반하고 민심이 악화돼 4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같은 분위기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반전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 인사가 불출마를 선언하며 시스템 공천에 대한 동력이 생겼다. 김경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공천 문제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갈등한 이후로는 시스템 공천이 사실상 공식화됐다.
상대적으로 야당에 비해 조용한 국민의힘의 시스템 공천이 정치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결국 4월 총선 결과에 달렸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역대 우리 당이 좋은 결과를 낸 선거를 보면 현역 교체율이 30%대 초반에서 중반에 이를 때"라며 "쇄신과 안정이 균형을 이룰 때 선거를 승리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 사무총장은 "계속 현역 교체율이 낮다, 정치 신인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하는 데 대해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추천제를 통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