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과거에도 경제는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이슈였다. 가계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의 부담에 시달리는 금년에는 경제가 선거판의 결정적 쟁점이 되었다. 그 쟁점을 부각할 도구로 채택한 것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의회 출석이다.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더불어 연준 의장은 상하 양원에 각각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해야 한다. 의회에 출석할 때마다 파월 의장은 식은땀을 흘린다. 때로는 곤욕을 치른다. 보수와 진보로 갈린 양당의 의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의 방향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집권 민주당은 고금리를 걸고 넘어진다. 높은 금리로 가계가 고통스러워 하니 금리를 내려라 요구한다.
또한, 민주당 의원에 대하여는 멀지 않아 물가 안정의 확신이 들 것이라며 조만간 금리 인하가 가능할 듯이 대답한다. 파월 의장이 매파와 비둘기파를 오가며 순식간에 입장을 바꿀 때마다 금융시장은 춤을 추며 크게 출렁인다. 그가 비둘기파의 가면을 쓸 때면 시장에 금리인하가 멀지 않았다는 희망에 가득 차 주식과 채권 가격이 상승 랠리를 펼친다.
하지만 그가 매파의 발톱을 드러내면 고금리의 장기화를 우려한 시장은 깊은 조정에 빠진다. 과연 연준의 본심은 무엇일까? 연준은 수익을 내야 하는 영리 단체가 아니다. 연준 자체의 목표가 뚜렷이 있다.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는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연준은 다른 중앙은행과 달리 쌍두마차 목표를 추구한다.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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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충돼 보이는 두 목표 사이에서 연준은 자신이 살아남는 길을 찾아야 한다. 현재 연준을 위협하는 것은 실업이 아니라 물가 불안이다.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재발하면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파월은 금리 인하의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 박지 않고 최대한 시기를 끌려고 한다. 그 폭도 최소한으로 하려 한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