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오늘날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이후 국가발전 전략의 부재로 흔들리고 있다. 비정규직 임금차별에 따른 경제양극화가 'N포세대'란 말과 '이대남과 이대녀의 대결'로 연결돼 왜곡된 성(性)대결과 세대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민주화한 지 37년으로 한 세대가 넘어가는데 정치권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민주화 이전 그대로다. 이른바 '반독재민주주의론'의 연장선에 있는 민주 대 반민주, 진보 대 보수, 친일 대 반일, 민족 대 반민족과 같은 소중화적 진영구도에 그대로 갇혀 있다. 이런 대립구도에서 나오는 선악의 이분법적 언행은 시대착오적인 논리로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차제에 공화주의(republicanism)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공화주의를 쉽게 이해하려면 민주주의(democracy)를 너무 좋은 체제로만 보지 말고 그 의의와 한계도 보면서 보완재로서 공화주의를 생각하면 좋다. 민주주의는 1인 독재나 소수파 독재보다는 다수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우월하지만 완벽한 체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소수파에 대한 다수파의 지배를 합법화한다는 점에서 소수파를 배제하는 체제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전횡'이나 '다수결의 독재'로 가면서 소수파의 견제를 배제하기에 우중정치(포퓰리즘, 전체주의, 민중독재)로 타락하는 한계가 있다. 이런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숙의와 토론을 통해 통합하거나 처지가 다른 존재의 다양성과 이질성을 '공동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공존시키려는 혼합적인 태도가 필요한데 이것이 공화주의의 본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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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운동권의 기득권과 위선 및 부패가 드러나는 현 상황에서 586들이 공화주의를 외면하고 민주주의 프레임을 고집스럽게 사용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민주주의 프레임이 자신의 경쟁자들을 반민주세력으로 밀어내고 586의 위선과 허물을 방어하면서 기득권을 지키는 데 아주 편리한 무기이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