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404' 제니, 예능에서도 '빛이 나는 솔로'

머니투데이 신윤재(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3.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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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의 예능 고정출연서 미친존재감 발산

사진=tvN사진=tvN


2016년 블랙핑크로 데뷔해 2018년 팀의 첫 솔로주자로 나선 제니는 그의 첫 솔로곡 ‘솔로(SOLO)’에서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빛이 나는 솔로’. 이러한 호칭을 굳이 가수활동에만 접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제니는 예능에서도 충분히 홀로 ‘빛이 나는 솔로(SOLO)’다.

지난 2월23일 tvN에서 첫 방송된 예능 ‘아파트404’를 통해 제니는 5년 만에 예능 고정출연을 감행했다. 여러가지로 의미심장한 순간이었다. 일단 2016년 결성된 블랙핑크는 결성 7년이 되던 지난해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의 재계약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결국 그룹활동은 YG엔터테인먼트에서, 개인활동은 자신이 설립한 1인 기획사 ‘ODD ATELIER(오드 아틀리에)’를 통해 하기로 한 후 처음 나선 활동이었던 셈이다.



‘아파트404’는 SBS에서 ‘런닝맨’의 PD로 ‘미추리 8-1000’ 두 시즌을 제작했고, 2020년부터는 tvN으로 적을 옮겨 ‘식스센스’ 시리즈를 세 번째 시즌까지 연출한 정철민PD의 작품이다. ‘미추리 8-1000’과 ‘식스센스’를 통해 공간에서 나오는 분위기와 추리의 요소를 접목하는데 능통했던 그는 이번 ‘아파트404’에서는 본격적으로 아파트를 소재로 한 추리예능을 선보였다.

지난해 연애 예능 ‘스킵’을 연출해 큰 호응을 얻지 못했던 정철민PD는 ‘미추리 8-1000’ 당시의 인맥과 ‘식스센스’의 인맥을 총동원해 ‘아파트404’의 진용을 꾸렸다. 그중 가장 주목받았던 것이 제니였다. 제니는 역시 2018년 방송됐던 ‘미추리 8-1000’의 멤버였기 때문이다. 당시 데뷔 후 3년 만에 지상파 예능에서 고정으로 첫 출연했던 그는 5년 만에 다시 예능 고정으로 합류했다.



사진=tvN사진=tvN
2018년과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달랐다. 2018년 당시 제니는 인기를 막 얻기 시작한 블랙핑크의 멤버였지만 5년이 지난 사이 블랙핑크는 방탄소년단과도 견줄 수 있는 대체불가의 K팝 그룹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수많은 월드투어의 기회를 뿌리치고 국내 예능의 고정출연을 택할 거라고는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제니는 그 의문을 불식하고 전격적으로 출연을 결정해 화제를 모았다.

‘아파트404’는 멤버를 세대별로 짰다. 우선 과거부터 아파트의 경험이 풍부한 1970년대생 유재석과 오나라, 차태현이 중심을 잡고, 1980년대생 양세찬이 중간에서 가교역할을 한다. 그리고 레트로 예능이라는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조금은 낯선 1996년생 제니와 1998년생 배우 이정하가 합류했다. 제니는 방송이 아직 2회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젠탐정’이라는 캐릭터를 획득한다.


과거 ‘런닝맨’ 시절부터 ‘미추리 8-1000’을 지나며 시그니처가 된 많은 모습은 그대로다. 제니는 놀라기도 잘 놀라지만 감정표현도 크게크게 하고, 멀리서 봐도 어떤 기분인지를 느낄 수 있게 시원시원한 외모를 보여준다. 또 한 편으로는 빠르게 몸을 놀리고, 명석하게 상황을 판단하면서 추리 예능 특유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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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에서 금괴를 빼돌려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팀인 차태현이 화장실에서 수색에 한창인 제니를 수상하게 여기자, 빠르게 현장을 정리하고 태연하게 차태현에 말을 돌리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2회에서는 더욱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불법과외를 폭로하려다 잠적한 한 학생을 찾아 나서는 미션에서 제니는 폭로를 막으려는 ‘학부모’ 측과 이를 폭로하려는 ‘선한 시민’ 측의 갈림길에 섰는데, 이미 ‘선한 시민’으로 알려진 이정하를 옆에서 거의 가스라이팅하듯이 조종(?)해 ‘학부모’ 측의 승리를 이끌어낸다.

이 과정에서 촬영 초반부터 이정하의 마음을 얻고, 주어진 미션도 수행해가면서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였다. ‘런닝맨’ 시절 제니는 부끄러움도 많고, 겁도 많았던 캐릭터였다면 ‘미추리 8-1000’에서는 거기에 순진무구하고 호기심 많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아파트404’에서부터는 이미 20대 후반이 돼 능숙(?)해져버린 예능인으로서의 제니를 볼 수 있다.

제니는 가수로서의 이미지와 예능인으로서의 이미지가 상반된 대표적인 아이돌로 꼽힌다. 무대에서는 강렬한 블랙핑크의 콘셉트에 맞게 ‘센 여자’로서의 거친 이미지도 숨김없이 보이지만, 예능에서는 해사하게 웃고 감정표현을 숨기지 않는 모습에서 솔직하면서도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제니의 예능 도전은 다른 가수만큼 자주 있는 일도 아니어서 이번 출연에 따른 글로벌 팬들의 열광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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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가수는 나이가 차고, 경력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여러가지 선택 기로에 놓인다. 어떤 이는 가수로서의 경력을 솔로로서 심화하고, 어떤 이는 연기를 겸하면서 종합 엔터테이너로 성장한다. 또 어떤 이는 일찍부터 예능에 도전해 자신의 방향을 잡기도 한다. 이미 모델이나 셀러브리티로서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는 제니는 또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분명 가수로서, 모델로서, 셀러브리티로서의 이미지도 있지만 그런 세련되고 뾰족한 이미지와 다른 둥글둥글한 예능의 이미지를 겸하게 된 것이다.

그의 노래처럼 제니는 무대에서만 ‘빛이 나는 솔로’가 아닌 셈이다. 예능에 그 누구 없이 홀로 갖다 놓아도 알아서 제빛을 찾고 밝히는 ‘빛이 나는 솔로’다. 홀로서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의 첫 선택이 무대나, 음반이 아닌 예능이라는 점은 참으로 많은 이들의 허를 찔렀다.

그게 의도된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제니는 ‘아파트404’를 통해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심화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방송가에서도 크게 만들어내고 있다. 노랫말대로 간다. 역시 ‘빛이 나는 솔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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