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철 인천성모병원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의료진이 동종 성체줄기세포 기반 3D 바이오프린팅 인공 기관 이식 수술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가톨릭대학
8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등에 따르면 김성원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타인의 성체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난치성 기관 결손 환자용 맞춤형 3D 바이오프린팅 인공 기관(trachea, 트라키아)을 이식한 데 이어 수술 뒤 6개월의 추적 관찰 결과 성공적인 생착을 확인했다.
이 임상연구는 세계 최초로 세포와 생체재료를 3D(3차원)로 프린팅해 인체 이식에 성공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그동안 생체 고분자를 프린팅해 인공지지체로 인체에 사용한 적은 있지만, 세포를 포함한 3D 바이오프린팅 인공장기의 인체 이식은 처음이다.
의학용어로 트라키아라고 표현하는 기관은 인체의 호흡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부위다. 기도의 제일 윗부분에 해당한다. 목에서 흉부까지 연결된 튜브 형태의 구조다. 갑상선암을 비롯한 두경부암, 선천적 기형이나 외상 등으로 좁아지거나 비교적 쉽게 손상이 발생한다. 최근엔 중환자실 치료를 위해 기관 삽관술과 절개술을 받는 환자가 많은데 이 때도 기관 협착이 상대적으로 잘 발생한다. 또 두경부암 수술 과정에서 기관이 같이 제거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기관 손상을 치료하려면 복잡하고 위험한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을 하더라도 손상 전 상태로 기관을 완벽하게 복원할 수 없다. 기관의 골격 구조를 재건하는 동시에 기능까지 유지할 수 있는 재건 방법이 절실히 요구되는 난치성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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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인공 기관을 제작하기 위해 단순 의료기기 및 세포 치료제 수준을 넘어서는 첨단 융복합 제재를 개발해야 했다. 관리와 제작 과정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매우 까다롭고 엄격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티앤알바이오팹은 세포 실험을 위한 클린 벤치 환경에 준하는 수준으로 3D 바이오프린터를 설계해 서울성모병원 세포치료제 GMP(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 시설에 설치했다. 또 병원 내 무균 공정으로 프린팅한 후 바로 수술방에 적용하도록 했다.
특히 인공 조직으로 장기를 재생하는 수술이라 여러 생체재료와 세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개별 재료의 안전성뿐 아니라 재료 간 상호 작용까지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해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
연구팀은 20여년에 걸친 공동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최초 인공장기 프린팅과 환자 이식에 성공했다. 이 임상 연구 결과가 처음 발표된 지난 7일 주식시장에서 티앤알바이오팹 주가는 장 중 상한가로 치솟았다.
심진형 티앤알바이오팹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세계 최초로 세포와 생체재료를 3차원으로 프린팅해 인체 이식에 성공했다"며 "앞으로 더 오랜 기간 이식 결과를 살펴야 할 뿐 아니라 신장, 심장, 간, 췌장 등 다양한 조직 장기에 걸쳐 연구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해 필요할 때 프린팅하고 재생할 수 있단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 매우 큰 과학적 쾌거"라며 "지금도 국내에서만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5만명에 달하지만 장기이식이 시행되는 사례는 500건이 되지 않는 상황으로,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인공장기 기술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