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냄새 잘 맡는 싱가포르 테마섹, 오픈AI에 뭉칫돈 제안

머니투데이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4.03.0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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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Temasek Holdings)이 챗GPT로 전세계 AI(인공지능) 열풍을 몰고 온 오픈AI와 투자협상을 벌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테마섹 임원들이 최근 수개월간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과 여러 차례 만나 투자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테마섹은 당초 올트먼의 벤처 캐피털 펀드인 하이드라진(Hydrazine Capital)에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최근 방향을 선회해 오픈AI 자체에 투자하는 안건을 포함해 다각도의 자본공여를 준비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논의 자체는 진행이 꽤 됐지만 실무 투자건에 있어서는 아직 예비단계라며 규모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양사는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최근 협상은 올트먼이 계획한 거대 신규 프로젝트에도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은 이사회 축출 및 복귀논란을 겪은 이후 강력한 재신임 권한을 바탕으로 엔비디아가 만드는 최첨단 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신규 반도체 제조업을 꿈꾸고 있다.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AI 산업에 필요한 반도체 핵심 하드웨어칩과 그 산업에 필요한 에너지 발전소 등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구축하겠다는 발상이다.



올트먼은 이 계획이 월스트리저널(WSJ)을 통해 수천조원 규모라고 알려진 이후 프로젝트 자체는 긍정하면서도 규모면에서는 알려진 것만큼 크지는 않을 거라고 의미심장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이어 지난달 소셜미디어 엑스(X)에 "대규모 AI 인프라와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산업적 경쟁력에 매우 중요하다"며 "오픈AI가 이것을 돕겠다"고 썼다.

올트먼은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엄청난 수익 성장에도 불구하고 모델 구축 및 교육에 드는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트먼이 예상한 AI 인프라 구축 비용 추정치는 수천억 달러에서 향후 몇 년 동안 최대 7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기술 벤처 캐피탈이 접근하기 어려운 규모다. 최대 규모로 치면 서방 선진국 수개국의 연간 예산합계를 가볍게 넘어서는 초거대 프로젝트다. 이 때문에 올트먼은 테마섹은 물론 중동 국부펀드 등을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아랍에미레트 아부다비의 셰이크 타눈 빈 자예드 알 나흐얀과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 회장 등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테마섹은 2870억 달러 규모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싱가포르 국부펀드다. 이들은 최근 미국 금융결제 관련 기술 스타트업인 스트라이프(Stripe) 등에 투자했다. 테마섹은 최근 AI를 투자의 핵심 공략산업으로 정하고 이 분야에서 영국 법률 기술 회사 로빈AI(Robin AI)와 한국의 팹리스 AI 칩 스타트업 레벨리온즈(Rebellions), 실리콘 밸리 기반 생성형 AI 칩 설계사 디-메트릭스(d-Matrix) 등에 투자했다.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세콰이어캐피탈 등의 130억 달러 투자금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20억 달러를 넘어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술벤처가 됐다. 구글이나 메타가 창립 10년 내에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보다 몇배의 속도로 크고 있다. 오픈AI의 기업가치는 최근 회사가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면서 측정한 것을 기준으로 비상장 상태에서 860억 달러(약 115조원)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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