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 나체시신 뒤엔…유엔이 확보한 하마스·이스라엘 성폭력 증거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3.0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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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인 인질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확보했다고 유엔이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월 28일 예루살렘까지 하마스의 인질 석방 요구 행진을 시작하기 위해 이스라엘 남부 레임에 모인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 /AP=뉴시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인 인질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확보했다고 유엔이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월 28일 예루살렘까지 하마스의 인질 석방 요구 행진을 시작하기 위해 이스라엘 남부 레임에 모인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 /AP=뉴시스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가 각각 억류한 인질들을 대상으로 강간 등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와 증언이 확보됐다는 유엔의 발표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유엔 홈페이지에 따르면 프라밀라 패튼 유엔 성폭력 특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공격이 이뤄진 이스라엘 지역 최소 3곳에서 하마스가 인질들에게 '강간과 성적 고문'을 자행했다고 믿을 만한 근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패튼 특사는 보고서에서 "일부 인질이 강간과 성고문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분쟁 관련 성폭력을 당했다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정보를 발견했다. 또 이런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도 있다"고 말했다.

패튼 특사와 7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특사팀은 지난 1월29일부터 2월14일까지 이스라엘과 서안(웨스트뱅크)지구를 방문해 이스라엘 인질에 대한 하마스의 성폭력 의혹을 조사했다. 특사팀은 하마스의 공격과 관련된 사진 5000장과 50시간 분량의 영상을 검토하고, 인질들의 시신이 보관된 영안실과 의료현장을 방문했다. 또 하마스 공격 당시의 생존자, 목격자, 석방된 인질 등 34명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스라엘 관련 기관들과 33차례 회의도 진행했다.



보고서는 하마스가 공격한 이스라엘 일부 지역에서 발견된 시신이 대부분 여성이고, 이들이 완전한 나체거나 허리 아래로 옷이 벗겨지고 손이 묶인 채 머리에 총은 맞은 상태였다며 이를 하마스의 성폭행 행위 근거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정황상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구속하는 이런 패턴은 성폭력 행위가 있었음을 시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패튼 특사는 하마스의 공격 피해 지역 중 하나인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의 노바 뮤직 페스티벌 현장에서도 하마스의 성폭행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뮤직 페스티벌 현장에서 성폭행당한 뒤 피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자 시신이 다수 발견됐고, 페스티벌 현장으로 가는 232번 도로에서 여성 2명이 무장세력에 성폭행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신뢰성 있는 증언도 확보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패튼 특사는 이스라엘 서안지구 방문에서 이스라엘 보안군과 정착민들이 구금, 가택 급습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성폭력 행위를 저질렀다는 증언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뉴욕타임스를 통해 공개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의 인권보고서 초안에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해 임시 구금시설에 감금한 뒤 성적학대와 반인권적 고문을 자행했다는 증언이 담기기도 했다.


특사팀은 이스라엘군에 구금됐다가 최근 석방된 팔레스타인인 인질 4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고서는 "이들은 (이스라엘이) 구금 중인 팔레스타인인들을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으로 대우했다고 주장했다"며 "침습적인 신체 수색, 강간 위협, 장기간의 강제 신체 노출 등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 증가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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