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종합감기약 선두 각축전…'약국은 판피린·편의점은 판콜' 강세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4.03.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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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종합감기약 선두 각축전…'약국은 판피린·편의점은 판콜' 강세


동아제약 '판피린'과 동화약품 (8,700원 ▼40 -0.46%) '판콜'이 국내 종합감기약 시장 내 치열한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적인 판매처인 약국에선 판피린이 여전히 왕좌를 지켰지만, 편의점 판매에 강점을 보인 판콜이 총판매 규모에선 앞서며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4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판피린과 판콜은 각각 약국과 편의점 및 총판매 규모에서 서로를 제치고 가장 많은 매출을 거둬들였다. 약국에선 전통 강자인 판피린이, 편의점을 포함한 총매출액은 판콜이 우위를 보였다.



판피린과 판콜은 나란히 국내를 대표하는 종합감기약이다. 1961년 정제 형태로 출시된 판피린(일반의약품 허가는 1956년)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종합감기약이고, 판콜 역시 1968년 출시 이후 50년 이상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판피린은 지난해 약국에서 총 402억원이 판매되며, 380억원이 판매된 판콜에 근소하게 앞섰다. 다만 해당 수치를 두고 해석이 다소 엇갈린다. 동화약품이 최근 지난해 약국 판매 제품인 '판콜S'가 347억원의 매출로 첫 종합감기약 매출 1위를 달성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선두 품목이 엇갈린 배경은 아이큐비아 데이터 집계 방식에 있다. 아이큐비아의 품목별 판매 규모는 '셀-인'(Sell in)과 '셀-아웃'(Sell out) 데이터로 구분된다. 셀-인은 제약사가 도매상에 판매한 금액, 셀-아웃은 약국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된 금액을 의미한다. 동일한 품목이라고 해도 거래가 이뤄지는 대상 및 시점 차이가 있는 만큼, 두 데이터상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판피린의 경우 지난해 실제 약국에서 판매된 매출은 402억원이었지만, 셀-인 매출은 330억원이었다. 반면 판콜은 보다 높은 비중인 347억원의 셀-인 판매가 발생하며 해당 기준에선 선두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약국 직거래 사이트인 DAP몰이 오픈하면서 약국 직거래 비중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셀-인·셀-아웃 데이터상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편의점 판매 품목을 합친 총매출 규모는 판콜이 우위를 보였다. 판콜은 지난해 511억원의 총매출을 기록했다. 실제 약국에서 판매된 규모를 감안하면 약 130억원가량을 편의점 판매로 거둬들인 셈이다. 편의점에서 45억원 규모 매출에 그친 판피린 보다 두 배 이상 앞선 수치다.

판콜의 편의점 강세는 제형 특성 유지가 주효했다. 판피린과 판콜은 약국에서 각각 '판피린Q'와 판콜S라는 이름의 액상 제형으로 판매된다. 판콜은 약국용 어린이용 시럽제(판콜아이콜드시럽)도 보유 중이다.

하지만 판피린이 편의점에서 경구제(판피린T)로 판매되는 것과 달리 판콜(판콜A)은 액상형이다. 두 품목 모두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소비자 선택에 전적으로 편의점 판매가 결정되는 만큼, 익숙한 제형의 판콜이 보다 많은 선택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동화약품이 판콜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한 신규 광고를 제작하며 인기가수 싸이를 모델로 기용한 점 역시 대중적 인지도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약국과 편의점에서 한 방씩 주고받은 두 품목의 종합감기약 양강 체제는 최근 대원제약 '콜대원' 부상으로 구도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높아진 감기약 수요 속 공격적 마케팅에 열을 올린 콜대원 제품군이 선두 그룹을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3분기 기준 판피린과 판콜 매출액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콜대원 매출은 지난해 3분기 3분의 2 이상까지 치솟으며 3파전 가능성을 높였다. 이에 대원제약은 높아진 콜대원 수요에 생산공장 인력 충원은 물론 연내 물류 시설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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