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두 손 들었다…'전기차 포기'에 머스크가 보인 반응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4.02.2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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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안도 분위기…"그만큼 업계 어렵다는 것, 테슬라 반사 이익"

애플카 콘셉트 사진 /사진=애플허브 인스타애플카 콘셉트 사진 /사진=애플허브 인스타


애플이 전기차 개발 계획을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테슬라 등 경쟁 전기차회사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 자동차업계가 애플의 전기차 개발 취소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기차업계는 애플의 전기차 개발을 상당히 경계해왔다. 애플은 61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한데다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어 전기차 시장에 진입한다면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기차 시장은 이미 성장세가 꺾여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 테슬라가 수요 부진을 우려해 가격을 인하하고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전기차 생산을 미룰 정도로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됐다.

2019년에 내연기관 차종과 결별하겠다고 선언했던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도 관련 계획을 연기했다. 당초 벤츠는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 차종을 포함한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의 50%까지 늘리겠다고 했다가 목표 시점을 2030년으로 수정했다.



IT(정보기술) 시장조사 기업인 가트너의 마이크 램시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 소식으로 업계는 긴장 상태였다"며 "(애플 전기차 취소 소식에) 업계는 안도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전기차 시장을 떠났다는 것은 업계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대다수 소비자 입장에서 전기차 가격은 여전히 너무 비싸고 충전소는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3년 사이에 전기차 매출은 65% 성장했으나 올해 성장률은 9%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업계가 10%도 되지 않는 신규 소비자들을 상대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컨설팅 업체 글로벌데이터의 자동차 부문 부사장 제프 슈스터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애플의 전기차 개발 포기 소식에 "자동차산업에 신규 진입하는 게 쉽지 않음을 입증하는 또 다른 사례"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애플은 처음에 '우리는 스마트폰도 만들고 관련 기술도 다 있는데 어려울 게 없다. 다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막상 발을 들여 놓으려니 십중팔구 (자동차 산업이) 생각보다 역동적이고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의 X 글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의 X 글
가트너의 램시는 애플의 전기차 개발 포기로 테슬라가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애플이 포기할 정도로 험난한 전기차 시장을 테슬라가 선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애플의 전기차 개발 포기 소식을 담은 글을 엑스 계정에 공유하면서 담배와 손으로 경례하는 모양의 이모티콘을 게시했다.

자동차산업의 인재 채용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홀든 리처드슨의 브라드 홀든 창업자는 애플의 전기차 개발 분야에서 근무하던 능력 있는 개발자들이 시장에 대폭 나올 것이라며 기업들이 인재 유치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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