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홈쇼핑, 올해는 PP…케이블TV '블랙아웃' 주의보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4.02.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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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PP·종편, '방송 중단' 압박…1263만명 시청권 위협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케이블TV의 '블랙아웃(방송 송출중단)' 위기가 계속된다. 지난해 홈쇼핑 업계가 출발이었다면, 올해는 주요 PP(채널사용사업자)가 뇌관이다. 최근 SBS미디어넷이 LG헬로비전 (3,305원 ▼70 -2.07%)에 한 달 뒤 송출 중단을 예고했고, 이를 계기로 일부 중·대형PP와 종합편성채널(종편)도 같은 선택을 저울질중이다. 출구 없는 송출 수수료 갈등 속에 케이블TV 가입자의 시청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25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최근 SBS미디어넷은 내달 22일부터 LG헬로비전에 대한 SBS스포츠·SBS골프 채널의 방송 송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송출 중단이 현실화하면 전국 23개 지역에서 LG헬로비전으로 유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앞으로 SBS스포츠·SBS골프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SBS미디어넷과 LG헬로비전의 콘텐츠 사용료 협상이 지지부진한 결과다. LG헬로비전은 "시청자 보호를 위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콘텐츠 대가 산정을 둘러싼 유료방송과 PP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디어 소비 행태의 변화로 가입자 감소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유료방송으로서는 PP의 콘텐츠에 ' 제값'을 쳐주기는 난감하고, 어려운 사정은 PP도 마찬가지여서 더는 헐값에 콘텐츠를 내줄 수 없다며 맞선다. 업계에서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내놓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SBS미디어넷과 LG헬로비전 간의 갈등이 다른 PP와 유료방송 사업자들 간 충돌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케이블TV업계에선 올해 CJ ENM (77,700원 ▲1,100 +1.44%)과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송출 중단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CJ ENM은 tvN·Mnet·OCN·올리브 등 인기 채널을 보유한 초대형 PP로 협상력이 높다. 블랙아웃이 현실화할 경우 시청자에 미칠 파급력도 SBS미디어넷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케이블TV 업계는 콘텐츠에 제값을 낼 여력이 부족하다. 통신3사가 운영하는 IPTV(인터넷TV)를 제외하면, LG헬로비전은 케이블TV 중 국내 최대 규모의 MSO다. 23개 권역에서 366만명(2023년 6월 말 기준)의 가입자를 보유했다. 그럼에도 연간 TV 가입자 및 매출 규모는 매년 역성장하고 있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다른 SO의 사정은 더 나쁘다. 2022년 기준 전체 SO(90개 권역) 중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곳은 29곳으로, 3곳 중 1곳은 적자에 허덕였다. 2018년에는 전체 SO의 당기순이익 합계가 1579억원이었는데, 4년 뒤에는 404억원 당기순손실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매출도 3조519억원에서 2조7875억원으로, 8.7% 역성장했다.


SBS미디어넷 등 주요 PP의 케이블TV 송출 중단이 현실화하면, 협상력을 갖춘 또 다른 중대형 PP와 종합편성채널까지 비슷한 선택을 할 수 있다. PP업계의 케이블TV에 대한 블랙아웃 선언은 시청자 피해로 직결될 전망이다. 2023년 6월 기준 전체 SO의 가입자는 1263만명으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4.8%에 달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홈쇼핑 업계가 송출 수수료 갈등 끝에 블랙아웃을 선택한 것처럼, SBS미디어넷에 이어 다른 PP들도 방송 중단을 무기로 케이블TV 업계를 압박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케이블TV 업계는 올해 홈쇼핑 송출 수수료의 대폭 감소가 불 보듯 뻔하고, 수년째 가입자는 물론 매출·이익 감소가 지속돼 생존의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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