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1980~1990년대에는 물리학과, 유전공학과, 미생물학과, 전자공학과, 화학과 등 서울대 이공계 합격선이 의대보다 높은 경우가 심심찮게 나왔다. 이제는 전국의 모든 의대를 채우고 그다음 다른 학과의 정원이 채워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게 의사라는 직업의 강력한 진입장벽이 세워지고 진료라는 독점권한이 주어진다. 그들에게 독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똑똑한 이들이 노력도 했으니 부와 명예를 움켜쥘 수 있도록 국가가 허락한 것일까?
그런데 의사들은 자신들의 독점권이란 칼을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데 휘두르고 있단 비난을 받는다. 의사들은 진입장벽이 높은 탓에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이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만만함을 숨기려하지 않는다.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단 한 명의 의사라도 면허와 관련,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의사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국민도 그저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대상 정도로 인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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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을 늘리면 국민의 건강권이 위협을 받는다"는 그들의 논리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거의 없다. 국민의 10명의 8명이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하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일부 의사는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며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면 여론의 화살은 방향을 바꾸어 정부를 향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면 환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부도 의대 정원 확대를 포기할 것이란 말로도 읽힌다.
국민들의 생명권이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 불 보듯 뻔한데 국민을 볼모로 한 투쟁을 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적 반감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필수 의료나 지역의료를 살리는 길이 의사 수 확대라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 교육의 질이 문제라면 평가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국민들이 의사들의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라고 강력하게 의심하는 이유다.
우리가 의사들을 만나는 순간은 대부분 유쾌하지 않은 순간이다. 내가 혹은 내 가족이나 지인이 아플 때 그때 의사를 만난다. 환자를 위해 정성껏 치료하는 의사는 존경심마저 들게 한다. 이것이 우리가 의사들에게 바라는 모습이다.
의사들은 그 어떤 경우에도 환자를 떠나지 않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의사들에게 독점권을 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테니 말이다. 강력한 권리를 가진 직업군일수록 반드시 그만큼의 의무가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