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시가·럼주 몰려오나…'체 게바라 후예'와 의료협력도 기대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24.02.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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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하바나 AFP=뉴스1) 정지윤 기자 =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쿠바의 청년들이 한국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2023.10.2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하바나 AFP=뉴스1) 정지윤 기자 =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쿠바의 청년들이 한국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2023.10.2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으로 불리는 쿠바와 전격 수교에 따라 교역이 본격 확대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쿠바의 의료·바이오 산업과 협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급증할 쿠바 관광객에 대한 우리 외교당국의 24시간 영사 조력도 가능해진다.

대통령실은 18일 이같은 내용의 '한-쿠바 수교에 따른 분야별 기대효과'를 밝혔다. 먼저 경제분야에서는 카리브해 중심국가 쿠바와 협력 기반이 구축된다. 쿠바는 카리브 지역 국가 중 인구가 1000만명을 넘기는 3개국(쿠바, 아이티, 도미니카 공화국) 중 하나로서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약 2256달러 수준(2022년 기준)이다.



현재 양국간 교역규모는 2022년 기준 수출 1400만 달러(약 190억원), 수입 700만 달러(약 95억원)에 불과하다. 대부분 제3국을 통한 무역인데 미국의 대쿠바 제재로 쿠바로 직수출이 어려우며 수출시 무역보험 제공이 어려워 교역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미국의 대쿠바 제재로 쿠바와의 직접 교역은 상당히 제한되지만 이번 수교와 향후 상주 공관 개설을 계기로 차근차근 경제협력 확대 기반이 조성될 것"이라며 "쿠바는 해삼 등 다채로운 수산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가, 럼주 등 경쟁력 있는 기호 식품을 생산하고 있어 관련 농수산물의 대한 수출 확대도 기대된다"고 했다.



우리 기업의 진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수조치로 기본 생필품이 부족한 상황으로 향후 정부 차원의 경제협정 체결 등 여건 조성에 따라 생활용품, 전자제품, 기계설비 등 분야에서 우리 기업 진출이 모색된다.

쿠바에는 2차 전지 생산에 필수적인 니켈(생산량 세계 5위)과 코발트(매장량 세계 4위)도 풍부하다. 광물 공급망 분야에서 협력 잠재력이 크고 미국 제재가 해제되면 신흥시장으로도 부상할 수 있다.

(아바나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쿠바 의사들이 2023년 2월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 파견을 앞두고 체 게바라의 사진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2.1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아바나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쿠바 의사들이 2023년 2월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 파견을 앞두고 체 게바라의 사진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2.1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전력산업 협력도 기대된다. 쿠바는 만성적 전력 위기 타개를 경제 회복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발전 설비 확대와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추진 중인데 발전기와 플랜트 등 에너지 분야에 강점을 가진 우리 기업들의 진출 기회로 활용 가능하다. 앞서 쿠바 중앙은행이 2007년 1월 발행한 외국인용 10페소(한화 1만원 정도) 지폐에는 현대중공업이 2006년 수출한 이동식 발전설비가 도안에 반영되기도 했다.


쿠바가 강점이 있는 의료·바이오 분야 협력도 시작될 전망이다. 쿠바 공산혁명의 아버지인 체 게바라 전 쿠바 재무장관이 의사였고 쿠바는 지속적으로 의료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왔다. 현재 쿠바의 백신 개발과 바이오산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기존 의약 분야 이외에 나노바이오 등도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부상 중이다. 2020년 기준 약 2만8000명의 쿠바 의료진들이 약 60여개국에 파견돼 활동하고 있다.

쿠바 내 한류 확산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쿠바는 한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곳으로 쿠바 내 최대 한류 팬클럽 '아르코'(ArtCor)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회원수가 증가해 현재 1만여명 규모로 추산된다. 우리 정부는 향후 공관 개설로 한국어 보급 활동, 한국 발전상 소개와 다채로운 공공외교 문화 활동(한국문화주간 행사, 한국 영화제, 태권도 대회 등)을 통해 한류 확산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스포츠 교류도 확대된다. 쿠바는 야구, 배구 등 다양한 구기 스포츠 분야 강국으로 친선 경기 등 양국 스포츠 교류 확대를 통해 우리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우수한 쿠바 선수들의 국내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단체 관광 등 관광객 증가도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공관이 개설되면 사건사고 발생 관련 24시간 영사조력이 즉각 제공된다. 여권 분실시 당일 긴급여권도 발급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는 연간 약 1만4000명의 우리 국민들이 쿠바를 방문했는데 지금까지는 공관이 없어 현지 영사협력원 등이 간접적으로 조력을 제공했고 중대 사건사고가 생기면 주멕시코 대사관 영사가 현지에 파견됐다.

(하바나 AFP=뉴스1) 정지윤 기자 = 쿠바 하바나의 산 판 콘 광장에서 청년들이 K-pop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2023.11.03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하바나 AFP=뉴스1) 정지윤 기자 = 쿠바 하바나의 산 판 콘 광장에서 청년들이 K-pop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2023.11.03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쿠바에 한인후손을 대상으로 보훈외교도 진행된다. 정부는 1921년 일제강점기 멕시코에서 쿠바로 이주한 한인 후손 1100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일제강점기 쿠바 한인들은 1937~1944년 동안 1289달러의 성금을 모아 국민회 중앙 총회에 송금하고 264달러를 상해임시정부에 송금하는 등 독립운동을 적극 지원했다. 정부는 수교를 계기로 한글교육과 독립운동을 지원한 독립유공자 등을 발굴해 국격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14일 양국 주유엔 대표부는 미국 뉴욕에서 외교 공한(公翰) 교환을 통해 '한국-쿠바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쿠바가 북한의 대표적 우방국이었던 만큼 이번 수교는 대북관계에서도 우리나라의 외교적 우위를 한층 강화시켜줄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5일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 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수교문제에 쿠바가 한류라든가 여러가지 여건상 한국에 대해서 긍정적인 호감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교에 선뜻 응하지 못했던 것은 북한과의 관계 때문인데 이번 수교가 결국에는 어떤 역사의 흐름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교가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국가였던 대사회주의권 외교에서 '완결판'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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